김홍업씨 등 증인채택 쟁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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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해 정기국회 때부터 한다고 했던 공적자금에 대한 국정조사가 1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시작됐다. 공적자금 국조특위가 구성되고 3일 예비조사에 착수하며 다음달 7~9일 청문회를 한다.

공적자금 국정조사는 대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열리게 돼 각당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의 성패를 공적자금 국정조사에 걸다시피하면서 당 차원에서 총력 지원을 하고 있다.

특위 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한나라당의 전략을 짐작할 수 있다. 홍준표(洪準杓)·엄호성(嚴虎聲)·이병석(李秉錫)·김부겸(金富謙)·심재철(沈在哲)의원 등 강성의 초·재선 의원들을 대거 투입했다. 민주당이 "경제통 의원들은 다 빠지고 목소리 큰 사람들만 모아놨다"며 "한나라당이 국정조사를 정치 공세의 장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다.

한나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1백56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얼마나 엉터리로 쓰였는지 낱낱이 파헤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박종근(朴鍾根)의원은 "정부 스스로 회수 불가능한 손실이 69조원이나 된다고 밝혔지만 그 산출 근거는 정부만 아는 실정"이라며 "손실 내역과 상환 계획을 정확히 국민에게 알려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또 검찰 수사에서 성원건설 3천3백억원 부채 탕감에 대통령 차남 김홍업(金弘業)씨와 처조카 이형택(李亨澤)씨가 개입된 사실이 밝혀진 것처럼 권력 실세들이 개입된 공적자금 비리의 전모를 밝히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형택씨가 예금보험공사 전무로 재직하던 시기에 1백4개 업체의 부채 1조6천억원이 탕감됐지만 근거나 상황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박지원(朴智元)청와대 비서실장과 김홍업씨 등 대통령 주변 인사들을 반드시 청문회에 세우겠다고 벼르고 있다.

진념(陳稔)전 경제부총리와 이헌재(李憲宰)전 재정경제부 장관,이기호(李起浩)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도 증인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지원과 관련한 현대그룹 특혜 지원 의혹, 기업의 헐값 해외 매각과 워크아웃 기업의 도덕적 해이 등도 한나라당이 제기하려는 주요 이슈다.

한나라당은 1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의 국정감사를 통해 현 정권의 각종 비리를 폭로한 뒤 공적자금 청문회로 옮겨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던 시기에 경제를 망쳐놨기 때문에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했다"는 '원죄론(原罪論)'으로 한나라당의 공세에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김효석(金孝錫)의원은 "한나라당이 '병풍' 국면의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기 위해 공적자금 국조를 들고 나왔지만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경제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공적자금을 대거 투입할 수밖에 없었음을 강조하고 향후 개선책을 마련하는 데 청문회의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또 민주당은 최대 쟁점인 증인 채택 문제에서 경제계 인사는 몰라도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대통령 주변 인사의 증인 출석 등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양당 간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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