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호전·자금유입 '쌍두마차'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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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8월에 바닥을 봤으니 이젠 한발짝 더 올라설 때다'.

많은 전문가는 9월 증시를 밝게 보고 있다. 크게 오르긴 어려워도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지루한 여름 장이 끝나면서 투자자들은 급락세가 일단 멈췄다는 데서 위안을 찾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투자자는 아직 증시의 방향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 채 종목을 고르는 데 망설이고 있다. 이달에는 주가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다양한 재료들이 있는 만큼 이를 감안해 투자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표·그래프 참조>

가장 큰 재료는 이달 후반부터 윤곽을 드러낼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은 3분기에도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증가율이 매출증가율을 크게 웃돌아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경제연구소도 주요 상장사 60개의 3분기 영업이익·매출액이 모두 2분기 실적을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좋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던 3분기 실적이 실제로 나아진다면 주가를 끌어올릴 상승요인(모멘텀)으로선 더할 나위 없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정보팀장은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얼마나 충족시키느냐에 따라 주가 흐름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들쭉날쭉한 수급이 증시의 발목을 잡아왔는데 시중에서 갈 곳을 몰라 방황하는 3백조원의 자금 중 일부가 언제쯤 들어올 것인지도 잘 살펴봐야 한다.

일단 저금리가 계속되는 데다 정부는 과열된 부동산 시장의 고삐를 잡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내비치고 있어 자금이 유입될 조건은 갖춰진 셈이다.

실제 고객예탁금과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는 다시 늘어날 태세다. 다만 교보증권의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위험을 줄이려는 기관투자가들이 프로그램 매매에 의존하는 보수적 투자 자세를 계속 보이는 게 부담"이라고 말했다.

9월 증시가 견고한 오름세를 유지하려면 세 마녀가 심술을 부린다는 트리플위칭데이(12일, 선물·옵션·개별주식옵션 동시 만기일)를 무사히 넘겨야 한다.

최근 외국인들은 선물시장에서 투기적 매매행태를 보여왔는데 프로그램 매매에 따른 매수 차익 잔고가 7천억원대로 늘어난 것은 다소 부담스럽다.

이런 여건들을 따져보면 저평가된 중소형주나 실적 우량주 등이 투자 대안으로 꼽힌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연구원은 "월 초엔 수급 여건상 개인들이 선호하는 은행·증권·건설·제약 등 저가 대형주가, 실적 호전과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월 후반엔 반도체·전기전자·통신서비스 등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박문광 투자전략팀장은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기업 가치는 좋은데도 수급 문제로 주가가 떨어진 현대모비스·LG마이크론 등도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올 들어 다른 종목보다 많이 떨어졌으나 최근 반등기에 상대적으로 덜 오른 섬유의복·의료정밀 업종을 추천했다.

'한가위 관련 내수주'도 단기적으로 상승이 기대된다. 현대백화점·CJ39쇼핑·하이트맥주 등은 최근 5년간 추석을 앞둔 8월 25일~9월 18일 사이에 10~20% 가량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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