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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공동 작업… 2007년까지 총 5권 완성: 철학자·한의사 모여 『동의보감』 번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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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우리 민족 의학의 보고(寶庫) 『동의보감(東醫寶鑑)』이 일반인도 손쉽게 참고할 수 있는 형태로 완역된다. 동의과학연구소(소장 박석준 호서대 교수)에서 10여년 간의 공동 작업을 거쳐 제1권 '내경(內徑)'편이 먼저 번역돼 나왔다. 2007년까지 총 5권이 완역될 예정이다.

허준(1546~1615)선생이 1613년에 펴낸 『동의보감』은 그간 『소설 동의보감』, TV드라마 '허준'등을 통해 책 이름은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번역본이 없어 정작 그 내용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에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펴내는 완역본 『동의보감』은 우리 문화사의 한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번역을 총괄 지휘한 박석준 교수는 "『동의보감』은 단순히 과거의 책이 아니라 이 시대의 화두이기도 한 '몸과 건강'에 대한 우리 전통적 사유를 모아놓은 책"이라면서 "이 책을 통해 내 몸을 다스리고 나아가 사회를 다스리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오늘날 『동의보감』을 읽는 일이 과거를 현재에 그대로 적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전통 한의학과 서양 근대 의학과의 관계를 새롭게 규명하면서 세계 속의 우리 의학을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박교수는 덧붙였다.

1993년부터 시작된 번역작업에는 한의사·철학자·자연과학자 등이 참여했다. 박교수 외에 안규석(경희대 한의학)·김교빈(호서대 한국철학)·최종덕(상지대 자연철학)·이동철(용인대 동양철학)·황희경(성심여대 동양철학)교수와 이현구(성균관대 한국철학)·조남호(서울대 동양철학)강사 등이 함께한 학자들이다.

이들이 각자의 전공에 따라 다양한 관점에서 원전을 해석하고 이를 토대로 인용문의 출전을 확인하면서 3천여 개의 각주를 달아낸 것이 이번 번역본의 가장 큰 특징이다. 원문에 이어 번역문과 각주를 함께 실었다.

박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번역본 가운데 인용문의 출전을 조목조목 밝힌 책은 없었다"면서 "중국의 많은 의학서들과 고려·조선 초기의 여러 의학서를 인용해 엮은 『동의보감』의 다양한 출전을 알아야 허준 선생이 이 책을 편집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의보감』은 이제마(1838~1900)선생이 구한말에 펴낸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의 이론적 기초가 되는 책으로도 평가받는다. 이번에 첫번째로 나온 '내경'편은 『동의보감』이 기초하고 있는 세계관과 인체관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총론에 해당한다. 사람의 몸이 형성되는 과정을 우주의 형성·운용 과정과 연결시켜 설명하고 건강을 유지하고 오래 살기 위해서는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고 순응해야 한다는 구체적 양생(養生)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번역본은 같은 내용이지만 서로 판형과 가격을 달리해 세종류로 펴냈다. 전문가용·학생용과 함께 휴대하기 편하게 작은 판형으로도 만들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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