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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수에 검토실 노장들 반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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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제4보 (79~106)=우상 접전이 끝났을 때만 해도 "흑이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우하의 백대마가 살아버린 뒤로는 "어려운 바둑"으로 바뀌었다.

"실리는 백이 좋다.그러나 흑은 중앙에 철벽을 갖고 있다. 중앙이 어떤 모습으로 낙착되느냐가 승부다."(유창혁9단) 79로 뚫고 85에 걸치기까지는 예정코스. 86은 노타임이었는데 이수에 대해 검토실이 제동을 걸었다. 한국기원 4층에는 두개의 기사실이 있다. 하나는 노장들이 쓰는 전통적인 기사실, 또 하나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기사실. 이날 양쪽에서 검토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86에 대해 "아니다"고 말한 쪽은 놀랍게도 이창호를 극도로 신봉해온 노장들의 기사실이었다. 이 바둑은 중앙이 승부인 만큼 86은 '참고도1'의 백1로 씌워야 했다는 것. 흑2의 반격엔 백3으로 응수하여 흑이 괴롭다는 것.

하지만 李왕위가 정작 고심한 대목은 92다. 이 수는 '참고도2'처럼 두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A로 끊고 B로 잡는 뒷맛이 약화된다.

李왕위는 이판 최대의 37분을 장고한 끝에 92로 틀어막았고(그는 이때 전국적인 수순의 추이와 계산에 몰입했을 것이다) 이리하여 106까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박치문 전문기자

협찬:삼성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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