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해약 러시… 업계 진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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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기아자동차의 인기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쏘렌토의 최근 해약률이 8%에 이른다.

오는 8월 말로 특별소비세 인하 기간이 끝나면 1백만원 정도 가격이 올라가는데 이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계약을 취소하는 것이다. 그나마 쏘렌토는 경쟁차종보다 가격이 싸 이탈률이 낮은 편이다.

요즘 자동차 회사마다 영업사원들이 계약을 취소하려는 고객들을 설득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소세 인하 조치에 힘입어 상반기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현대차는 원화 강세, 경쟁사의 강력한 도전 등으로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26일 "대기 고객 7만5천여명 가운데 세금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는 20% 정도가 계약을 해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1만5천대 정도의 물량이 사라지는 것이다.

더욱이 내년 하반기에는 내수 공동화(空洞化)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다.2004년부터 특소세율이 3단계에서 2단계로 단순화되면 중·대형 승용차를 중심으로 세금이 많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내년에 차를 바꾸려고 계획을 세운 고객들도 2004년 이후로 미룰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국내 승용차 시장 점유율 43.8%를 차지하는 현대차의 타격이 가장 크다.

상반기와 같은 환차익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원화에 대한 달러 환율이 1천3백원까지 올라가 이익을 많이 올렸으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며 "환율이 1백원 떨어지면 연간 4백억원의 이익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반면 대우·르노삼성 등 경쟁사는 현대차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1천5백㏄ 준중형차 SM3을 다음달 시장에 내놓고 아반떼XD와 경쟁에 들어간다. 이 회사 관계자는 "SM3의 가격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약을 받았는데도 7천명의 고객이 계약을 했다"며 "올해 1만3천대 판매는 무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대우차를 인수한 제너럴모터스(GM)가 10월에 정식 출범할 경우 시장판도에 어떤 변화를 몰고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닉 라일리 GM-대우 사장 내정자는 "세계 1위의 자동차 메이커 GM의 기술·마케팅 능력을 앞세워 한국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올해 목표로 잡은 매출액 25조원,1백88만대 판매 달성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상반기 매출액이 12조3천억원, 판매가 80만3천대에 그친 데다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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