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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中외교 능동적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도 10년이 됐다. 그간 양국관계는 질량면에서나 구조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룩해 상호관계는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넘어 '전면적 협력관계'로의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 상호교류의 영역도 정치·군사안보 영역으로까지 확대돼 한·중수교 이래 오랫동안 지속돼 왔던 발전의 불균형 구조도 전면 개선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중 양국은 여타 국가들과 비교, 상호관계를 발전시켜갈 수 있는 천혜(天惠)의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선 양국은 전략적 이해의 공유를 기초로 상호의존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상호 협력의 잠재력도 지대하다고 하겠다. 특히 중국은 경제적으로 우리에게 고도성장 기조를 장기적으로 유지해갈 수 있는 거대 경제대국으로 다가오면서 중국시장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증대시켜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유리한 조건들을 적극 활용, 양국관계를 더욱 성숙된 관계로 발전시켜 가기 위해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며 경제적으로는 중국과의 상호보완성을 적극 개발, 중국의 발전을 우리의 발전으로 연계시키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 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난 10년간의 양국관계를 냉정히 평가할 때 양자관계에 있어 한국은 보다 피동적인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피동적 자세는 일정한 시간대를 두고 급진적으로 추진됐던 노태우(盧泰愚) 정권의 북방정책에서 그 원죄를 찾을 수 있고, 현 정부의 햇볕정책으로 더욱 심화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피동성은 우리의 제4대 교역대상인 대만과의 실질관계 개선이나 달라이 라마 방한문제 및 탈북자 문제 등의 처리과정에서 잘 반영됐듯이 우리의 외교적 행동반경을 구속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중외교에 있어 이러한 피동성은 우리의 대중정책이 한반도에 있어서의 중국의 기본이해 보다는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 있어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만을 기초로 해 이뤄진 결과로 볼 수 있다. 한반도 평화공존이나 햇볕정책에 대한 중국 측의 지지는 중국의 지지 획득을 위한 우리의 대중외교의 성과였다기 보다는 한반도에 있어 그들의 이익달성을 위한 중국의 정책선택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우리는 한반도에서 중국이 추구하는 이익을 보다 철저히 분석, 대중관계에 있어 피동성에서 적극 탈피하면서 우리 외교적 행동반경을 확보해가야 할 것이다.

최근 한·중간에는 탈북자와 조선족 문제에서 무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갈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것은 상호관계와 교류의 확대가 가져다준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소규모의 부분적 갈등이 양국의 전면적 외교전으로 쉽게 비화돼 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앞으로 양국은 이러한 갈등과 마찰이 협력이라는 큰 틀 속에서 조정되고 해결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해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탈북자 문제를 비롯해 양국간에 출현하는 다양한 현안에 대한 효율적인 협상 메커니즘을 구축해가야 할 것이며 의제선택에 있어서도 어떠한 제한을 둬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양국이 상호관계를 더욱 성숙된 관계로 발전시켜 가기 위해서는 한·중관계와 한·대만관계를 상호 대립적 구도에서 파악해온 기존의 접근 방식에서 적극 탈피해가야 할 것이다.

중국은 지금 남북한과 동시에 다양한 협력채널을 확립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그들의 역할을 확대해갈 수 있게 됐고, 이러한 중국의 역할에 대한 우리의 기대도 더욱 증대될 것이다. 그런데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 확대와 이를 위한 우리의 대중 협력관계의 심화는 한·미간에 상호 불신이나 오인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한·미동맹 관계와 한·중 동반자관계가 갖는 기본 성격에 대해 미국 측이 신뢰를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미간에 탈냉전적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방향에서 새로운 협력과 공조의 틀을 마련함으로써 한·중간의 협력이 한·미동맹 관계에서 보다 합리적·기능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해가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한·중간 협력의 공간을 확보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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