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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 "내 포지션 어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농구 골수팬들에게 정훈(23·모비스 오토몬스)은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 같은 존재다.

어릴 적 리틀야구 국가대표를 하다 그만두고, 고등학생이 돼서 우연히 농구를 하게 된 풍운아인 데다 호리호리한 몸매와 반항적인 이미지가 그렇다. 키가 1m99㎝나 되지만 슛은 웬만한 슈터만큼 좋고, 스피드는 웬만한 가드보다 낫다. 운동능력과 탄력이 뛰어나 대학시절 최고 센터 김주성의 슛을 스파이크하듯 블록한 일도 많다. 긴 다리로 날아 마이클 조던 같은 원핸드 덩크슛을 꽂는 정훈의 모습에 농구팬들은 자지러진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아마추어 때의 일이다. 드래프트 2순위로 오토몬스 유니폼을 입은 신인 정훈에게 프로는 생소하다. 아마추어에서는 최고의 멀티플레이어로 통했지만 프로에서는 딱 들어맞는 포지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훈은 낙생고 3학년 때 가드로 뛰는 조건으로 성균관대로 진학했다. "정훈의 키를 최대한 이용하려면 센터나 파워포워드를 시켜야 한다"는 농구계의 다수 의견에도 불구하고 성균관대 박성근 감독은 가드로 키우겠다는 약속을 대체로 지켰다. 정훈도 자신의 능력을 가장 잘 펼칠 수 있는 자리가 가드라고 생각하고 있다. 골수팬들은 2m짜리 가드의 성공을 기원한다.

하지만 오토몬스 최희암 감독은 "훈이는 모든 것을 잘 하지만 어느 포지션에도 최고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연세대 시절 다재다능형보다 톱니바퀴 같은 기능형 분업농구를 추구한 최감독은 "훈이는 김병철만큼 빠르지 못하고 김주성만큼 키가 크지 않다.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목표란 몸집을 불려 골밑으로 들어가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듯하다. 정훈에게 '수비에서는 1m97㎝ 이하 외국인 선수나 파워포워드를 맡고,공격은 상대에 따른 내·외곽 혼합 공격"을 주문하고 있다.

최감독은 외국인 선수와 조합을 맞춰보고 정훈의 포지션을 결정할 예정이다.현재 정훈은 슈팅가드·스몰포워드·파워포워드 훈련을 모두 하고 있다. 정훈은 "여러 포지션에 맞는 훈련을 받으려니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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