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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불쑥'… 자전거 '꽈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서울의 명물로 등장한 한강공원 자전거 전용도로에 대한 관리·운영이 허술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주행이 금지된 오토바이·자동차가 버젓이 드나드는가 하면 요철이나 급경사가 불쑥 나타나고 안내판 없이 도로 폭이 축소되는 등 곳곳에 '사고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더욱이 한강공원은 밤이면 암흑으로 변해 시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24~25일 방화대교~강동구 암사동 36.9㎞에 이르는 한강공원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려본 본사 취재진의 현장 취재 결과 드러났다.

◇말뿐인 자전거 전용도로=지난 24일 오전 성산대교 부근. 갑자기 "부르릉!"하는 굉음이 울리면서 오토바이가 지그재그로 추월한다. 이에 놀라 앞서가던 자전거 세 대가 기우뚱하다 넘어졌다. 봉변을 당한 김영미(42·주부)씨는 "시청에 오토바이 문제를 몇번이나 항의했으나 소용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자전거 도로를 드나드는 오토바이의 상당수는 퀵 서비스나 중국음식점 배달원이다. 도심 도로가 막히자 신호등이 없는 이 도로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한강변 낚시꾼 등에게 배달하는 오토바이도 있다. 중국집 배달원 朴모(18)군은 "낚시꾼에게 매일 40그릇 정도 배달한다"고 말했다.

방화대교에서 여의도까지 가는 동안 목격한 오토바이는 50여대에 달했다. 심지어 자전거도로를 누비는 자동차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한강관리사업소 관계자는 "한강변 자전거 전용도로는 하천도로로 분류돼 도로교통법을 적용할 수 없어 오토바이 등에 대해 단속 권한이 없고 계도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곳곳에 사고 위험=노량대교 아래는 인라인스케이터들에게 '마(魔)의 구간'으로 통한다. 한강과 맞닿아 있어 자칫하면 추락할 위험이 있는 데다 곳곳에 울퉁불퉁한 장애물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대형 철판 하수관 덮개(가로 3m×세로 2.5m) 두개가 깔려있는 지점은 10㎝나 푹 꺼져 넘어지기 일쑤다. 조숙진(24·동작구 상도동)씨는 "철판의 요철 부분에 스케이트 바퀴가 걸리면 여지없이 넘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전거 도로에 깔려있는 철판 하수관 덮개는 70개가 넘는다. 홍지현(24·회사원)씨는 "철판 위에 고무판만 깔아도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행정당국의 무신경을 꼬집었다.

또 이 지역에는 급커브를 틀지 않으면 한강으로 곧장 떨어지는 'S자'형 급경사도 세 군데나 된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 주저앉은 채 길을 내려가던 이상민(25·대학생)씨는 "붙잡고 내려갈 수 있는 난간을 설치하면 위험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밤에는 위험도 두배=날이 저물면서 자전거·인라인·조깅족들이 한강변으로 쏟아져 나왔으나 노량대교·동작대교 일대 등 일부 구간은 가로등이 거의 없어 접촉사고가 속출했다. 도로의 중앙선도 전혀 구분되지 않았다.

반포지구에서는 자동차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어린이 30여명 사이를 헤집고 다니기도 했다. 또 자전거 전용도로 이곳 저곳에서 적게는 대여섯대, 많게는 스무대가 넘는 폭주족들이 무법천지로 활개를 치고 다녔다.

분당에서 성수대교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는 영국인 람지 일리야(성수대교 감리단)는 "한강변 자전거 도로는 외국에서도 보기 어려운 시설"이라며 "안전 문제에 좀더 신경써서 시설을 보완하고 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명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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