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출산율 저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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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출산율 저하가 심상치 않다. 1999년 출산율이 1.4명대로 떨어졌던 것이 불과 2년 만에 다시 1.3명으로 줄어들었다. 1970년 이후 계속 감소해온 출산율은 이제 프랑스·영국·스웨덴보다도 낮은 수준이 됐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020년 즈음에 인구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된다. 국가 인력운용 차원에 심각한 경계등이 켜진 것이다.

출산율 저하가 문제되는 것은 노동력 부족과 노인 부담 증가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출산율 저하로 인한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인력 활용책과 출산장려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이 둘을 동시에 관통하는 열쇠는 출산과 육아의 부담을 사회가 함께 나눠 지는 데 있다.

이미 젊은 여성들은 가정에 안주하기를 원치 않는다.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은 여성들은 그들의 능력을 사회에서 펼치기를 원한다. 더욱이 외환위기는 더 이상 가장의 수입에 매달려 지내서는 안된다는 자각을 각 가정에 심어주었다. 혼기에 든 남성들 역시 결혼상대로 취업여성을 원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여성들이 사회활동을 하는 데는 여전히 현실적인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 남녀고용평등법·모성보호법 등 관련법만으로는 오랜 인습과 관행을 타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혼퇴직제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승진 등에서 차별받고 있으며, 법으로 보장된 출산휴가 3개월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직장도 많지 않다. 2000년 영·유아 수탁률은 0~2세의 경우 7.6%,3~5세의 경우 49.9%로 각각 30% 내외, 80% 내외에 달하는 선진국의 수탁률에 크게 뒤진다. 모유 수유를 권하지만 수유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춘 직장은 거의 없다.

결혼·출산·육아가 여성들의 사회 참여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한 출산율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여성채용 장려책과 보육시설 확충 등 적극적인 여성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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