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어 암호서찰… 살인… 꼬리무는 철학적 질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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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소설은 그라나다(아랍명 가르나타)에서 기독교 수도사 옷을 입은 의문의 시신과 그리스어로 된 암호 서찰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무슬림 청년 알리(주인공)는 우연한 계기로 이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두가지 일이 일어난다.

하나는 알리가 악몽을 꾼 끝에 집시 무녀를 만나는 것, 다른 하나는 알리가 친구 무함마드를 통해 무슬림 저항조직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다. 알리는 나중에 집시 무녀를 사랑하게 되는데, 그녀가 갖고 있던 의문의 두루마리는 '신비로운 서책의 존재'라는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을 만든다. 무슬림 저항조직 또한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충돌이라는 기본 갈등을 구체화한다.

살인사건의 범인과 사라진 그리스어 암호 서찰의 행방을 뒤쫓던 알리는 조사를 계속하지만, 곧 새로운 살인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게다가 죽은 사람의 신원, 암호 서찰의 진위 여부 등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로 바뀌면서 끝내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

이 소설의 특징은 바로 한가지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그 밝혀진 사실의 진위 여부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추가된다는 점이다.등장인물들 또한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불확실한 가운데서 뭔가를 밝혀 가는 지적 노동의 의미 그 자체가 이 소설의 재미이자 작가가 던지고 싶은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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