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박태환 “즐기는 법 배웠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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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처럼 세계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그 직후에 성적이 추락하는 바람에 욕도 실컷 먹었다. 좌절에 빠져 있던 그가 선택한 건 ‘즐기자’는 주문이었다. 박태환(21·단국대·사진)이 22일 경북 김천에서 열린 MBC배 전국수영대회(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 남자 대학부 개인혼영 200m 결승에서 2분01초78로 1위에 올랐다. 그가 국내 수영대회에 출전한 것은 2008년 10월 전국체전 이후 21개월 만이다.

박태환의 경기 후 표정은 밝았다. 그는 “배영에서 팔 젓는 게 안 맞았다. 턴을 잘못해 머리를 부딪힐까 봐 조마조마했다. 역시 난 자유형을 해야겠다”며 크게 웃었다.

21개월 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한 박태환이 개인혼영 중 접영을 하고 있다. [김천=연합뉴스]

그동안 박태환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수영사상 첫 금메달(자유형 400m)을 따내며 ‘국민 영웅’이 됐다. 그러나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저조한 기록으로 출전했던 3개 종목에서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성공하고 돈 벌더니 나태해졌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박태환은 “세계선수권 직후에는 정말이지 수영을 그만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국내 ‘컴백 무대’에서 선택한 것은 주종목 자유형이 아닌 개인혼영 200m였다. 박태환의 이날 기록은 한국 최고기록(2분00초41·2009년 김민규)에 1.37초 모자랐다.

개인혼영은 접영-배영-평영-자유형의 순서대로 헤엄치는 종목이다. 박태환은 “훈련 때 몸 푸느라 다른 영법을 해 본 적은 있지만 개인혼영을 따로 연습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박태환이 일곱 살 때부터 그를 지도했던 노민상 경영대표팀 총감독은 “태환이가 공식 대회에서 개인혼영에 나온 건 초등학교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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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개인혼영을 택했을까. 개인혼영은 모든 영법을 두루 잘해야만 좋은 기록이 나오기 때문에 수영을 재미있어 하는 선수라면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어 한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도 자서전에서 자신의 개인혼영 400m 기록을 갖고 이야기를 풀어 나갔을 정도로 애착이 큰 종목이다.

박태환은 4월 말부터 두 달여 동안 이어진 호주 전지훈련에서 비로소 웃음을 되찾았다고 했다. 그는 전훈에서 마이클 볼 호주 대표팀 코치와 개인 훈련을 계속했다. 노민상 감독도 동행했다. 지난 9일 전훈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박태환은 “다시 수영을 즐기는 법을 배운 게 가장 큰 성과다. 볼 코치의 선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MBC배 대회 참가 신청을 하는데, 프로그램을 보니까 개인혼영에도 나가고 싶어지더라. 볼 코치에게 전화해 ‘개인혼영도 해 볼까요?’라고 했더니 ‘좋은 현상이다. 해 보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소개했다. “아시안게임 때도 개인혼영에 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박태환은 웃으면서 “에이, 제가 될까요?”라고 말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박태환은 23일 자유형 200m에 참가한다.

김천=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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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단국대학교 수영선수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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