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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21개국 연주자들 모인다, 음악으로 전쟁과 평화 말하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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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러시아 태생의 프로코피예프는 1945년 ‘종전 찬가’를 작곡했다. 이 작품은 편성이 독특하다. 우선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비올라·첼로 등 주축이 되는 악기를 모두 뺐다. 여러 종류의 타악기와 관악기, 더블 베이스를 남겼다. 여기에 네 대의 피아노와 여덟 대의 하프를 넣었다. 규모가 큰 악기를 여러 대 넣은 결과, 이 작품은 ‘폭력’을 연상시킬 만큼 강렬한 음악이 됐다. 프로코피예프가 자신을 둘러싼 소련 공산당의 압제를 비판하기 위해 쓴 작품이라고 풀이된다.

6·25 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은 한국에서 이 작품이 연주된다. 6·25 전쟁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의 주최로 열리는 ‘월드 오케스트라 연주회’다.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적 ‘발언’을 재연할 연주자들이 세계 21개국에서 모였다. 6·25전쟁의 참전 16개국과 의료지원 5개국 연주자들이다. 한국·캐나다·프랑스·콜롬비아·태국 등에서 90여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모였다.

지휘는 독일 라디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인 크리스토프 포펜이 맡았다. 그는 “예술을 사회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는 뜻을 전하며 지휘봉을 들었다.

프로코피예프의 ‘종전 찬가’와 함께 말러의 평화적 분위기가 깃들어있는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 등을 연주한다. 전쟁 영웅의 느낌이 생생한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도 들려준다. 지휘자는 “갈등과 화합을 번갈아 보여준다”는 생각에서 브람스의 교향곡 2번 또한 연주곡목에 추가했다.

첼로 주자 중 빅토리아 해릴드(22)는 친할아버지가 6·25 전쟁에서 전사했다. 그는 현재 베를린 필하모닉의 단원이다. 객석에는 한국의 참전용사와 가족, 참전국 외교사절 등이 초청된다. 음악으로 전쟁과 평화를 말하는 방법에 대한 실험이다.

▶월드 오케스트라 연주회=27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02-599-5743.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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