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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속 마무리 학습 구슬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67면

무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던 지난 13일오후 1시30분쯤. 경기도 포천군 가산면 광릉수목원 뒤 죽엽산 기슭 울창한 숲 속. 나무 아래 흑판이 내걸려 있다. 그 앞 둥근 테이블들에는 학생들이 서너 명씩 나눠 앉아 교사의 강의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다. 수능을 두 달 반쯤 앞두고 있는 재수생들이다.

다름 아닌 포천 한샘기숙학원(www.ehansaem.com)의 야외수업 장면이다. 이 학원은 야외 수업장을 따로 두고 틈틈이 교실 밖 수업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긴장해소와 학습능률 향상을 위해서다. 이들은 1시간 수업이 끝나자 다시 강의실로 몰려들어가 교실수업을 계속했다.

한번의 실패를 겪고 힘겨운 1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지만 얼굴은 하나같이 밝았다.

이 곳에서 잠자며 공부하는 학생들은 무려 4백여 명이나 된다. 한샘기숙학원은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인가 받은 14개 기숙학원 중 하나로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학원 측은 소개한다. 이들은 우거진 숲 속에서 자연과 어우러져 생활하며 대학을 향한 마무리 학습에 한창이다.

이 학원은 부지만도 2만여 평. 운동장이 3천 평이나 된다. 2층 짜리 학습동과 기숙동이 3천 평의 부지 위에 들어서 있다. 운동장에는 축구·농구·족구 시설이 있어 일과 후나 점심시간에는 운동도 즐기며 공부한다. 기숙사에서는 8명이 한 방에서 침대생활을 한다.

하지만 일과 시간만큼은 엄격하다. 모두들 아침6시 30분에 일제히 기상한다. 30분간 체조로 몸을 푼다. 7시30분부터 8시20분까지 방송으로 언어와 외국어 듣기를 하고 8시30분부터 수업에 들어간다. 오후 3시20분 정상수업을 끝내고 나머지 한두 시간은 특강을 듣는다.

저녁식사 후 오후7시부터 11시50분까지는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한다. 취침시간은 새벽0시 10분이다.

교사들의 지도체제가 이채롭다. 24명의 과목담당교사가 매일 오후 4시20분까지 가르친다. 그 후 4시 30분부터는 반별 담임교사가 출근해 자율학습 때 학생들을 점검하고 성적 및 진로 관리를 해 준다.

대학 2년을 중퇴하고 이 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안성덕(26)군은 "축구도 즐기고 산새들의 울음과 철 따라 피는 꽃을 보며 하루 15시간의 공부를 소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잡념이 없어 좋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규칙적인 생활 덕분인지 2002학년도 육군사관학교 수석 합격생을 여기서 냈다.

이렇게 공부하면 성적이 얼마나 오를까. 이성주 원장은 "상위권은 1년 전보다 수능 기준 10~20점, 중위권은 60~70점, 하위권은 1백 점까지 오른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무조건 일류대 합격이 아니라 학생이 당초 원하는 대학의 입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원에는 울타리도 대문도 없다. 기숙학원 하면 연상되는 철망도 물론 없다. 한 달에 두 번 주말에 집으로 가 가족들과 지낸다. 자유롭게 생활하되 공부만은 엄격하게 한다. 이 학원의 운영원칙이다. 031-542-3673.

조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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