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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배에 몸 싣고 漁火둥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3면

"우와, 오징어가 올라온다."

지난 16일 밤 여자의 몸으로 '오징어배 승선 체험'을 한 회사원 김지언(28·인천시 부평구 부개동)씨와 권인순(28·인천시 북구 갈산동)씨.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은 휴가를 내 울릉도에 왔다가 우연히 취재팀을 만나 평소에는 탈 수 없는 오징어배 승선기회를 얻었다.

두 사람은 집어등(集魚燈)불빛의 유혹에 걸려든 오징어들이 갑판에 떨어지기 시작하자 함성을 지르며 오징어에게 달려간다.

성운호(號)의 윤성근(41)선장은 이내 오징어 몇마리를 회쳐서 가지고 왔다.

"갑판에서 먹는 오징어회의 쫀득거리는 맛은 어떤 맛과도 비교할 수 없네요."

오징어회를 손으로 쥐어 초고추장에 푹 담갔다가 입에 넣은 두 사람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울릉도 여행은 보통 도동항에 도착해 2박3일. 끼니 수로 따지면 대여섯끼를 섬 안에서 먹게 된다. 이 중에 한두끼라도 뭍에서 먹던 된장찌개나 라면으로 적당히 떼운다면 울릉도의 진미를 맛보는 데 큰 실수를 하는 셈이다.

육지 사람들은 울릉도에 활어가 많을 것으로 기대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동해안에서 즐겨 먹던 활어회는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낫다. 울릉도 주변은 바다가 깊고 해변은 자갈과 바위로 이뤄져 바다 생선이 드물기 때문이다.

먹을거리에 있어 또 다른 미스터리는 강원도 산골에서나 찾는 더덕 등 산나물이 많다는 것. 그래서 가는 음식점마다 세가지 이상 산나물이 밑반찬으로 따라 나와 넉넉한 나물 인심을 느낄 수 있다.

울릉도 두레고속관광 장락진 대표는 "바다의 오징어와 섬의 산나물이 울릉도 먹을거리의 쌍두마차"라고 말했다.

◇오징어=오징어 요리는 다양한데 오징어물회·오징어순대·오징어내장탕이 특이하다. 물회는 산 오징어 껍질을 벗겨 무채처럼 회를 떠 초고추장에 비벼 먹는 것. 선창회식당(054-791-1148)의 물회는 잡어회도 곁들여지고 양념맛이 뛰어나 인기가 높다. 오징어순대는 유별나다. 순대 속으로 오징어발과 야채 등을 다져 넣지 않고 다른 오징어의 내장을 더 집어 넣어 삶는다. 내장의 씁쓸한 맛이 반갑다. 내장탕은 먹물통 등을 제외한 오징어 내장과 호박잎 등을 넣고 맑게 끓인 국. 전날 마신 술에 놀란 속을 달래는 데도 그만이다. 홍합밥과 같이 내는 식당도 있다.

◇산나물=음식점에서 가장 흔히 만나는 산나물은 명이나물. 기다란 잎사귀처럼 생겼는데 주로 장아찌로 낸다. 마늘·부추·달래를 혼합한 듯한 독특한 냄새와 매운 맛이 난다. 울릉도의 약소 고기를 먹을 땐 상추쌈을 대신한 쌈거리다.

이밖에도 더덕·부지깽이나물·삼나물·고비·땅두릅·울릉미역취 등이 유명하다. 나리분지에 있는 산마을식당(054-791-4643)의 산채비빔밥은 6천원. 송곳산 바로 아래 해안 절벽에 자리잡은 추산일가(054-791-7788)에서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선 코끼리바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먹는 산채비빔밥은 값(8천원)이 비싸도 아깝지 않다.

◇약소 구이=약소란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6백여종의 자생 목초를 먹고 자란 소를 말한다. 울릉도 약소는 등심·안심·차돌박이 등 부위를 따지지 않는 게 특징. 두 세가지 부위를 적당히 나눠 손님상에 올린다. 불에 구운 고기 한점을 명이나물 장아찌에 싸서 입에 넣으니 은은한 마늘맛과 맞아 떨어진다. 도동항의 수정동굴갈비(054-791-0204)에서는 1㎏에 5만5천원.

◇홍합밥=손바닥만큼 큰 울릉도 홍합에 각종 채소를 섞어서 질퍽하게 지은 밥이다. 김을 뿌려 양념간장에 비벼 먹는다. 밥을 짓는 데 시간이 걸리고 바로 지은 밥이 맛있으므로 미리 주문하고 시간에 맞춰 가는 것이 같은 값에 맛나게 즐기는 비결이다. 울릉도 식당가에서 가장 흔한 메뉴지만 값은 대부분 1만원. 인심이 후한 쌍둥이식당(054-791-2737)의 홍합밥이 제일 인기라고. 이 집은 흔치않은 울릉도 참새우 소금구이(16마리에 4만원)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울릉도=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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