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盧'공통분모로 신당 깃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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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3신당 창당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18일 이한동(漢東)전 총리, 민주당 이인제(仁濟)의원·김중권(金重權)전 대표와 자민련 조부영(趙富英)부총재가 만나 제3신당 창당에 합의하며 신호탄을 쏘아올렸기 때문이다.

친노(親)-반노(反)간 주도권 다툼과 안동선(安東善)의원의 탈당 등 민주당이 균열 조짐을 보이는 것과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날 회동에 배석했던 이강희(康熙)전 의원은 신당의 모습을 "지역과 계층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에게 개방하는 전국적 정당"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신당 창당의 이유를 민주당 쪽으로 돌렸다. "민주당이 '백지신당'이라는 국민 여망에 어긋나고 있다. 기득권이 있는 통합이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노무현(武鉉)중심의 신당'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다. 반(反)이회창(會昌)·비(非)노무현 정당의 필요성에 대한 공통분모를 찾은 것이다.

이같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참석자들은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회의장을 나서던 전총리·의원·金전대표의 추후 설명에서도 이런 뉘앙스 차이가 드러났다. 각자의 입지와 계산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전총리는 "발표 그대로다. 신당이면 독자적으로 하는 것이다. 신당이 한개지 두개가 있느냐"고 했다. 그에게는 낮은 대중지지도를 극복하려면 속히 신당을 만들어 입지를 마련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

반면 이인제 의원은 "합의문은 언론 서비스용일 뿐 서로 의견을 교환한 정도"라고 했다. 민주당 탈당 여부에 대해서도 "내가 왜 탈당하느냐"고 정색했다. 의원으로서는 창당합의를 딱 부러지게 선언할 경우 당장 탈당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더구나 계보의원에게 튀는 행동을 자제하라며 후보 사퇴를 압박하는 당내 투쟁을 지시해놓은 터다. 당내에서 후보 흔들기를 계속하며 명분을 만들어 집단탈당할 절묘한 시점을 엿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중권 전 대표는 "민주당이 잘 되길 바라지만 백지신당이라는 여망에 부응하지 못해 노무현 당의 한계를 벗지 못하면 탈당 도미노가 뒤따를 것"이라며 백지신당에 무게를 실었다.

배석했던 조부영 자민련 부총재가 "3인 모두 신당 창당의 깃발을 들자는 공감대는 있으나 민주당이 더 시간을 달라고 하니 조금 기다려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명쾌히 정리했다. 이날 합의의 이면에 후보의 기득권 포기와 민주당의 백지신당 추진을 압박하려는 포석을 깔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제3신당 창당의 또 다른 관건은 정몽준(鄭夢準)의원의 참여 여부다. 이들에 비해 鄭의원은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4자연대'에 대해 그는 18일 "내 이름이 4자연대·5자연대 신당에 거론되고 있는 것은 일부 정치세력에 의해 정치개혁에 대한 순수한 의미가 변질 또는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도를 보여 당분간 관망하면서 '입에 맞는 떡'을 골라먹을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정민·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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