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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나면 신축공사' 인천 학익동 주택가- "법조타운 들어서며 5년째 공사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희뿌연 흙 먼지와 쇳소리 나는 차량 소음 때문에 정말 미칠 지경입니다. 정말 참으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인천의 대표적 부도심의 하나인 남구 학익 2동 '법조타운' 인근에 거주하는 중앙일보 독자 김철준(金哲俊·35)씨의 하루는 짜증과 분노의 연속이다. 집에서 뻔히 보이는 건축 공사 현장에서 밤낮없이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 때문에 창문을 열어놓지 못한 지가 벌써 3년이 넘었다. 특히 이달 초 집중호우 때에는 집 앞 도로와 마당이 공사장에서 떠내려온 폐건축자재와 흙탕물로 뒤덮이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

이에 따라 金씨 등 이 일대 주민 3천여명은 관할 남구청과 인천시청에 불법적이며 무분별한 건축행위를 철저히 단속해 줄 것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우후 죽순처럼 올라가는 신축 건물=16일 金씨와 취재진이 함께 학익 2동을 돌아본 결과 50여개 크고 작은 건물이 새로 지어지고 있다. 학익동 240 일대가 30여곳으로 가장 많고 법원 주변 4~5곳, 학익시장 주변 4곳, 인현교회 인근 4곳 등이다. 지난 6월 인천지법이 옮겨온 데 이어 이달 말 인천지검 청사 이전을 앞두고 변호사·법무사 사무실과 식당 등으로 이용될 업무시설과 근린생활시설 등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주민 강영철(姜榮澈·41)씨는 "1998년 법원·검찰 청사의 공사가 시작되면서 5년째 학익동은 공사 현장으로 변했다"며 "남들은 법조타운 이전으로 학익동 땅값이 많이 올랐다고 부러워하지만 웬만한 땅은 외지인명의로 넘어간 지 오래"라며 한숨을 쉬었다.

◇갖가지 주민 피해=이날 오후 2시30분 학익동 인천지법과 인천지검 새 청사 앞.5~7층짜리 상가 건물 대여섯개 동의 골조 작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어수선한 신축 건물 앞 인도는 건축자재 등이 쌓여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고 도로 1개 차선은 아예 레미콘 차량으로 점령당했다.

주민들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백여대의 레미콘 차량이 흙먼지를 휘날리며 동네를 드나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무더위 속에서도 창문을 열지 못하고 빨래도 집 밖에 널지 못할 정도라고 불평했다. 게다가 공사현장 주변 골목은 비가 조금이라도 내리면 진흙탕으로 변해 장화를 신지 않고는 다니지 못할 정도라는 것이다.

이 가운데 S철물 지붕은 인근에 신축 중인 4층짜리 상가 건물에서 떨어진 콘크리트 더미로 파손되기까지 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레미콘 타설과 층수가 올라갈수록 더해가는 장비소리에 신동아·하나·풍림·동아 등 인근 대단위 아파트 단지 주민들까지 짜증스러워 하고 있다. 주민들은 상가건물이 모두 완공돼 사무실 등이 본격 입주할 경우 동네 주요도로 4곳이 심각한 교통난과 주차난에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시·구청 반응=남구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법원·검찰 청사 인근에서 공사에 따른 불편과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다른 지역과 달리 학익동 주변에 주택가들이 많지 않아 다행이지만 공사를 규제할 뾰족한 수단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학익동에 짓고 있는 건물이 워낙 많아 공사 현장 주변의 환경이 나빠진 건 사실"이라며 "현장에 나가 실태조사를 벌인 뒤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공동취재=김철준 독자,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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