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도시 프라하 물의 도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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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체코의 프라하가 물에 잠겼다.

도시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중부 유럽의 고도(古都) 프라하가 지난주부터 시작된 집중호우로 금세기 최악의 물난리를 겪으며 심각한 침수 피해를 보고 있다.시 관계자들은 "1백년 만의 대홍수"라며 한숨을 짓고 있다.13일 프라하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블타바(몰다우)강이 범람하면서 서부 말라 스트라나 거리 일부 구역이 완전히 물에 잠겼다.

말라 스트라나는 로마네스크·고딕·바로크풍의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한 카페와 호텔·갤러리가 줄지어 있는 중세의 거리다. 재해대책 요원들이 범람에 대비해 집 앞마다 모래주머니로 방수벽을 쌓았지만 저지대의 일부 목조·석조건물의 침수를 막진 못했다.

1357년에 세워진 동유럽 최고(最古)의 석조교인 카를4세 다리엔 강 상류에서 떠내려온 컨테이너와 원목·가재도구들이 물길을 막아 난간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찼다.

프라하의 인터넷 시사웹진 트랜지션 온라인의 편집자 루크 올누트는 13일 CNN방송에 "아름다운 프라하가 전시상황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수일째 폭우가 그치지 않자 프라하시 경찰과 소방대원들은 구시가 지역의 침수를 막기 위해 블타바 강둑을 따라 2m 높이의 제방을 쌓았지만 역부족이었다. 프라하 구시가에는 1496년 대포 요새로 지어진 '화약탑'과 1334년에 건축된 고딕양식의 '성 비타성당' 등 체코가 자랑하는 문화유적들이 밀집해 있다. 체코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생가도 이곳에 있다.

프라하 동물원의 동물들도 홍수의 희생자가 됐다. 13일 침수된 동물원에서는 구출작전이 진행됐지만 우리가 물에 잠기며 코끼리와 하마가 희생됐다고 체코 CTK통신은 전했다.그러나 피해는 이 정도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14일 오전 블타바강의 수위는 7.25m로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데다 매시간마다 15㎝씩 불어나고 있어 추가 범람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당국은 이날 유럽 최대의 유대인 묘지가 있는 프라하 남부 유대인 지역 등에 추가 대피령을 내렸다. 올누트는 "도시 전체에 블타바강 추가범람에 대한 공포가 가득한 가운데 사이렌 소리만 요란하다"고 전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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