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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 망원경 '차세대'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0면

생명체를 이루고 있는 탄소·산소 같은 원소는 어디서 왔을까. 이에 대한 물리학자·천문학자들의 답은 "아주 오랜 옛날 거대한 별들이 여기저기에서 폭죽처럼 터지면서 그 안에 있던 탄소 등이 우주공간으로 퍼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실제 우주 초기에 이런 불꽃놀이가 있었는지 직접 보기 위해 어마어마한 크기의 천체 망원경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대폭발(빅뱅)로 우주가 생기고 나서 1초 뒤 우주의 온도는 약 1백억도 정도였으며, 이때 비로소 양성자·중성자 등이 생겨났다. 3분쯤 지나 온도는 10억도로 떨어졌고 양성자와 중성자들이 결합해 비로소 수소와 헬륨의 원자핵이 나타났다. 다시 10만년이 흘러 우주도 제법 선선해져(?) 3천도까지 떨어졌다. 아직 용광로보다 높은 온도지만, 이때 전자와 원자핵이 결합해 수소와 헬륨 원소가 만들어졌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탄소·산소 원자핵들이 만들어지려면 수소나 헬륨 같은 작은 원자핵들이 한데 뭉쳐야 하는데, 이러한 핵반응이 일어날 틈이 없이 우주는 팽창하고 식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이론을 세웠다.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불확정성 원리'란 것 때문에 우주의 어떤 곳에서는 수소와 헬륨이 좀 많고, 어떤 곳은 좀 적게 됐다. 많은 곳은 중력의 힘에 의해 더 많은 수소와 헬륨을 끌어당기며 한데 뭉쳐 이른바 '제1세대별'이 됐다. 대부분 태양보다 훨씬 큰 이 별은 내부 온도가 수억도까지 올라가며, 그 안에서 수소와 헬륨 등이 뭉쳐 탄소·산소 등이 생겼다.

그런데 큰 별은 태양처럼 오래 살지 못한다. 태양의 수명은 약 1백억년인데 1세대 별들은 태어난 지 수백만년쯤 지나서는 터져버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안에 있었던 탄소 등이 퍼져나가 생명의 씨앗이 됐으리라고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1세대 별이 터진 불꽃놀이는 지금부터 약 1백40억년보다 더 옛날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보려면 아주 먼 데까지 볼 수 있는 천체망원경이 필요하다. 먼 곳을 본다는 것은 그만큼 오래 전의 모습을 본다는 것과 같은 얘기다. 예를 들어 1백억 광년 떨어진 별을 관측했다면, 지금부터 1백억년 전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지금의 허블 우주망원경이나, 하와이섬의 해발 4천2백m 마우나케아산 정상에 있는 세계 최대의 '켁(Keck)망원경'으로는 간신히 1백40억광년 근처의 천체들을 포착하고 있다.

그래서 태초의 불꽃놀이를 관람하려고 전세계에서 훨씬 멀리, 그리고 훨씬 작은 것도 볼 수 있는 초거대 망원경을 만들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2010년 쏘아올릴 차세대 우주망원경은 허블 망원경의 세배 크기다. 또 스웨덴·핀란드·영국 등 북유럽 국가들은 공동으로 지름 30m짜리 반사경을 가진 지상 천문대용 망원경을 역시 2010년까지 만든다는 계획이다. 현재 땅 위에 있는 천체 망원경 중 가장 큰 켁 망원경은 10m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역시 30m 지상용 천체망원경 설계에 들어갔으며, 유럽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남유럽 천문대'는 축구장보다 큰 1백m짜리 망원경을 만들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차세대 망원경으로는 단지 불꽃놀이 구경 뿐 아니라 터지는 별의 빛을 분석해 정말 탄소·산소 등이 퍼져나갔는지도 알 수 있다. 또한 외계의 행성을 찾아낼 수도 있다. 지금은 태양계에 아주 가깝고, 그것도 목성보다 훨씬 큰 행성만 겨우 보는 정도다. 때문에 비록 실낱같긴 하지만 차세대 망원경이 어느 먼 은하계에서 지구처럼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큰 행성을 찾아내리란 기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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