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영하씨『주례사 비평…』을 비판 "내 이야기 왜곡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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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7일 출간돼 문단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주례사 비평을 넘어서』(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와 관련, 소설가 김영하(34)씨가 자신에 대한 인용 글이 완전히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문학평론가 홍기돈(32)씨가 이 책에 쓴 글 '비평의 유토피아, 총각 딱지 떼기의 후광으로 빛나는'의 도입부에서 비롯됐다. 이 글은 소설가 박현욱씨의 소설『동정없는 세상』과 이를 긍정적으로 논평한 평론가 김형중씨의 평론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洪씨의 글은 '김영하가 요구하는 과격한 과제'를 서론의 제목으로 삼고 있다. 서론에서 洪씨는 어느 학생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인용하는 방식을 통해, 명지대 문예창작과에 출강하던 소설가 김영하씨가 수강생들에게 "이지형의 『망하거나 죽지않고 살 수 있겠니』와 박현욱의 『동정없는 세상』이 소설이 아닌 이유에 대해 써서 제출하라"는 과제를 냈다고 도입부에서 밝혔다. 그 뒤 洪씨는 金씨의 이런 과제 주문이 사실은 『동정없는 세상』이 소설로서 함량 미달임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 풀이하며 비판을 계속한다.

그러나 김영하씨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내가 낸 숙제는 '이지형과 박현욱의 소설을, 자신이 작가라면 어떻게 쓰겠는가, 라는 시각에서 해체적이고 비판적으로 검토하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소설을 정전화하지 말고 개개의 구성요소로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지적 훈련을 해보라는 과제였다. 아마 시간이 더 있었다면 최인훈의 『광장』이나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대상으로도 같은 과제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金씨는 자신이 박현욱의 『동정없는 세상』이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뽑힐 때 예심위원이었으며 그 소설을 좋은 작품으로 추천했던 사람 중 한 명인데, 洪씨의 글 때문에 자신이 후보 추천을 해놓고도 소설이 아니라고 욕을 하는 '분열증 환자'처럼 비치게 됐다고 말했다.

金씨는 또 "두 달 전 『주례사 비평을 넘어서』의 기획자 중 한 명이 내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洪씨의 글에 나에 관한 (잘못된) 얘기가 등장한다는 것을 들었다"며 "그때 숙제의 취지와 배경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었고 이 얘기가 洪씨에게도 전해졌지만 잘못된 내용이 그대로 책에 실렸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金씨는 "지면에 발표하지도 않은 얘기를 검증도 없이 평론의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경솔한 일"이라고 洪씨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평론가 홍기돈씨는 "김영하씨의 의도를 확인하지 않고 내 방식대로 이야기해 金씨를 곤란하게 만든 것은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재판 발행 때 학생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와 金씨가 과제를 낸 의도가 달랐다는 사실을 각주를 달아 밝히겠다"고 말했다. 洪씨는 "오해가 된 부분에 대해선 수정하겠지만 金씨의 지적으로 글의 내용에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논란은 한국 문학 평론계에 만연한 비평의 비윤리성을 비판하겠다는 『주례사 비평을 넘어서』의 필자가 사실관계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뜻이어서 다른 필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이 책은 출간 1주일여 만에 3쇄(9천6백부)를 찍는 등 평론집으로서는 이례적인 판매 실적를 보이고 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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