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청소기' 열광의 인기흡입력 돌아온 김·남·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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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옥체보존, 김남일'.

11일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의 홈구장인 광양 축구전용경기장을 찾은 한 소녀팬은 이렇게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월드컵 후(後)폭풍의 주인공 김남일(25)의 출장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그는 '황제'였다. 히딩크 사단에서는 단 한번도 '황태자'로 불리지 못했지만 월드컵은 그를 단번에 '황제'로 만들어버렸다.

<관계기사 39면>

이날 대전 시티즌과 1-1로 진행되던 후반 10분 김남일이 임관식과 교체돼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1만3천여 관중은 일제히 환호성을 올리며 황제의 복귀를 반겼다.

경기 직전 "50일 만의 출전이다 보니 부담되지만 차분하게 경기에 임하겠다. 오히려 적당한 긴장은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하던 김남일은 자신의 말처럼 오랜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노련하게 경기에 임했다."도움왕이 되고 싶다"던 말처럼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비록 골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최전방의 신병호와 꼬레아에게 멋진 스루패스를 연결했다.'본업'인 수비에서도 믿음직했다. 월드컵을 치르면서 매우 침착해졌고, 공의 흐름을 읽는 눈이 좋아졌다. 후반 24분 샴의 왼쪽 돌파, 그리고 31분 이관우의 왼쪽 돌파를 잇따라 막아내 팬들을 열광시켰다.

경기 후 김선수는 "50일 만의 복귀여서 힘들었다. 준비가 완벽하게 되지 않았다. 그라운드에 다시 나선 만큼 팀을 정상에 끌어올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남일은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은 멋진 복귀전을 치렀지만, 정작 팬들은 경기장을 가득 채워줬으면 하는 김남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날까지 광양에 닷새째 퍼부었다는 비 탓도 크겠지만 양팀 서포터스가 자리를 잡은 본부석 좌우 골문 뒤쪽에는 빈 자리가 많았다(전남 구단은 이날 관중을 1만5천9백36명으로 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전남 이회택 감독은 "(김)남일이에 대한 응원은 숙소가 아닌 경기장에 찾아와서 해야 되는 것"이라며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김남일의 복귀전은 1-1 무승부로 끝났다. 비에 젖은 그라운드를 구르는 빠른 공의 속도만큼이나 양팀의 공수 전환도 빨랐다. 한쪽의 공격이 차단되면 한번에 상대의 역습으로 이어졌다.

전남의 선제골은 미드필더 김현수가 개인기로 빚어낸 작품이었다. 전반 20분 대전 진영 한가운데에서 패스를 받은 김현수는 대전 수비수 두명을 제친 뒤 뒤따라 붙던 대전 장철우에 한발 앞서 왼발 중거리슛을 날렸다. 대전 골키퍼 최은성이 몸을 날렸지만 공은 골네트 왼쪽 상단을 깨끗이 갈랐다.

4분 뒤 대전의 동점골이 터졌다. 전남 아크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공오균이 멋지게 감아찼고, 공은 크로스바와 왼쪽 골포스트 모서리에 맞은 뒤 퉁겨나왔다. 공이 그라운드에 닿기 전 장철우가 오른발 발리슛, 골네트를 흔들었다.

광양=장혜수 기자

◇11일 전적

▶광양

전 남 1:1 대 전

(득) 김현수①(전20·(助) 마시엘·전남), 장철우①(전24·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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