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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新黨 주도권' 勢싸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8·8 재·보선을 하루 앞둔 7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주류·비주류 신당파(新黨派)는 하루 동안 서로 공격을 자제했다. 논의의 접점을 찾아서가 아니다. 양쪽 모두 당 분열과 선거 패배의 책임을 떠안지 않겠다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더 큰 일전을 준비하기 위한 물밑 세(勢)싸움은 치열했다.

◇신당파, 성명 강행 움직임=9일 신당 성명을 추진 중인 송석찬(宋錫贊)의원은 이날 지역구인 대전에 내려가 성명 초안을 점검했다.3선 이상 중진급 의원 몇명이 영남지역 등 당내 취약지구를 돌았다. 원외위원장 등을 상대로 외곽을 다졌다.

한화갑 대표는 이날 "일을 되게 하려면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고, 스스로 결단을 내리도록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이들을 설득했다. 盧후보와 가까운 의원들이나 韓대표 측의 만류작업이 있었지만 이들은 일단 성명 발표를 강행할 태세다.

주로 대선 후보 경선 때 이인제(李仁濟)의원계로 분류되던 의원들에 김영배(金令培)·안동선(安東善)고문 등이 합세했다.

이들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재·보선 직후 열릴 최고위원회의와 당무회의다. 韓대표가 신당파에 가세함으로써 수적 우위가 확보됐다는 판단에 따라 창당기구 구성을 밀어붙인다는 심산이다.

이들은 선거에 패배하면 "盧후보가 책임을 지고 선(先)사퇴한 뒤 창당작업에 들어가야 한다"(金令培고문)고 압박하고 있다.

신당 후보로는 이한동 전 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 점은 같은 신당파인 韓대표나 정균환(鄭均桓)총무계와는 다른 부분이다. 韓대표나 鄭총무 등은 盧후보를 선 사퇴로 압박하기보다 신당 창당 때까지 후보 지위를 보장해 주되 盧후보도 신당에 참여하도록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신당이 만들어지면 盧후보의 지위는 자동소멸되는데, 굳이 盧후보 측을 자극해 불참할 명분을 줘선 안된다는 것이다.

일단 韓대표는 8일로 예정된 후보와의 주례 회동에서 후보지위를 보장하면서 신당 추진기구에 참여해달라는 절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盧후보측 대응=盧후보 측은 신당파의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자신의 정치일정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8월 말까지 도전자가 나서지 않으면 비상과도체제격인 대선선거대책위를 구성해 자신의 체제를 강화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는 신당에서의 '새 경선'이 아닌 민주당에서의 '재경선'에만 동의하고 있다.

선대위 체제 발족 뒤에는 "9월부터 노무현 체제를 보강하는 내용으로 '신장개업'할 계획"이라고 한 핵심 측근의원은 전했다.

盧후보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중심이 된 개혁연대 준비모임도 현재 42명의 참여 의원을 60여명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태랑(金太郞)최고위원 등 盧후보 측근 역시 영남권에 상주하며 원외 당무위원들을 접촉 중이다. 재·보선 직후 최대 결전장이 될 당무회의에서의 세싸움에 대비한 포석이다.

신당파의 목소리가 크긴 하지만 명분이나 현실면에서 盧후보를 배제한 신당 창당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후보측 판단이다. 盧후보가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당이 추진되면 그것은 민주당이 두 동강나는 상황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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