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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 성공한 만두제조업체 '취영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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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취영루 박성수 사장(左)이 3일 생산공정을 살펴보고 있다.오종택 기자

3일 경기도 파주시의 만두 제조업체인 '취영루'생산공장. 위생복과 위생모를 쓴 직원들이 자동으로 만두소를 만들고 만두를 빚는 기계를 돌리느라 정신이 없다. 조리.냉각 과정을 거친 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는 만두는 숙련된 직원들에 의해 바로 포장됐다. 제품을 트럭으로 옮기는 인부들은 "빨리빨리"를 외치며 연방 소매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았다.

힘차게 돌아가는 기계 소리, 쉴새없이 움직이는 직원들의 손길은 이 공장이 지난해 만두 파동으로 홍역을 앓았던 곳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동감이 넘쳤다.

14년간 공장을 지켜온 이진희(37) 생산본부장은 "올해는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는 각오로 휴일인 2일에도 출근했다"고 말했다. 박성수(50)사장도 출근하자마자 생산현장을 찾았다.

이 회사 직원들에게 지난해는 지옥과 같았다. 지난해 6월 6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착오로 불량 만두 소 사용 업체로 지목되는 바람에 회사가 벼랑에 몰렸다. 다행히 닷새 만에 '누명'을 벗어났지만 소비자들의 항의는 빗발쳤다.

회사 홈페이지는 서버가 마비될 정도였고, 할인점과 백화점 등 거래처로부터 반품과 환불요구가 잇따랐다. 하루 평균 5000만원어치의 냉동만두를 제조하던 12개의 생산라인은 8월까지 단 한 개의 만두도 생산하지 못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가망이 없다며 대출까지 회수할 정도였다. 제품 관리를 맡은 한 40대 여직원은 "백화점에 갔더니 우리가 만든 냉동만두들이 쓰레기통에서녹아내리고 있었다"며 "반품처리된 수백㎏의 만두를 폐기처분하면서 눈물을 쏟았다"고 회고했다.

300여 직원은 회사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본부 직원들은 식의약청을 뛰어다니며 '결백'을 호소했다. 백화점 등 매장에는 철거된 만두판매대를 다시 설치해 소비자 설득에 나섰고, 공장 직원들은 반품된 제품의 종이상자를 고물상에 팔아 푼돈을 모았다. 회사 운영난을 덜기 위해 돌아가면서 무급휴가를 떠나기도 했다.

직원들의 회사 살리기에 감동한 박 사장은 심각한 경영난 속에서도 구조조정이나 인력감축을 하지 않았다. 대신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던 본사를 파주로 옮겨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지난해 매출은 300억원으로 당초 목표의 70%정도밖에 달성하지 못했지만 서서히 주문량이 늘어나고 해외 수출길도 다시 열리는 등 만두 파동의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 조만간 주력제품인 물만두 외에 '군만두' 등 신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완공한 신규 생산라인도 가동 준비를 마쳤다.

박 사장은 "무엇보다 직원들과의 믿음을 건진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며 "올해는 믿고 따라준 직원들과 함께 힘차게 날아오를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손해용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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