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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 대재앙] '온정 코리아'…한류만큼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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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 서울적십자병원 의사와 간호사로 구성된 긴급의료지원단이 3일 인도네시아 지진 피해 주민을 돕기 위해 출국 준비를 하고 있다.인천공항=김상선 기자

남아시아 대재앙 구호를 위한 중앙일보와 한국해외단체원조협의회(해원협)의 모금.의료자원봉사 모집에 일반 시민의 참여가 확산되고 있다.

해원협 소속의 시민단체들이 본격적인 구호활동에 나선 가운데 국내의 학생.회사원.주부 등이 자발적으로 피해 지역을 돕는 데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 성금.자원봉사 문의 잇따라=해원협 소속의 적십자사는 3일 현재 ARS.인터넷 등으로 11억4000여만원을 모금했으며, 여성속옷.분유.담요.의약품 등 구호품도 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문의 전화가 쇄도해 적십자사는 홈페이지에 성금 접수방법을 안내하는 영문 팝업창을 띄워놓기도 했다. 국제협력국 김주자(36.여)씨는 "연말연시 파티에서 모은 성금을 전달하려는 외국인들의 문의 전화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기아대책 등 구호단체의 상황실에도 하루 수백통의 격려와 문의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굿네이버스의 유혜선 팀장은 "모인 성금은 현지에 파견된 구호팀이 요청하는 의약품.생필품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쌈짓돈도 털어=일반인들의 '쌈짓돈' 기부도 뜨겁다. 지난해 12월 30일 한양대 교직원들은 송년회 자리에서 지진해일 피해자 돕기 성금을 모았다. 1년 한해를 정리하고 새 출발을 다짐한다는 자리였지만 자연스레 지진해일 참사 이야기가 나왔고, 참석한 교직원 10명은 즉석에서 1만원씩 성금을 거뒀다.

모임에 참가한 이태희(34)씨는 "우리가 앞장서 피해 국가를 돕는다면 다른 교직원의 참여도 늘어날 것으로 생각했다"며 "신년회를 간소하게 하는 대신 '2차' 비용을 난민 돕기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에 근무하는 오한영(30)씨는 지난 1일 동해안 정동진을 찾아 여자친구와 함께 새해를 맞으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광화문에서 데이트를 즐겼다. 대신 정동진 해돋이를 보기 위해 준비했던 10만원을 대한 적십자사에 쾌척했다.

오씨는 "두달 전부터 준비했던 약속이었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 뜻 깊을 것 같아 여자친구의 이름으로 성금을 냈다"고 말했다. 무역센터에 입점한 800여 업체도 무역센터와 코엑스.공항터미널 등에 가두 캠페인과 모금함을 설치하고 자발적으로 대대적인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 줄 잇는 현지 파견=대한적십자사는 3일 긴급의료단 11명을 인도네시아 아체주로 보냈다. 의사 2명과 간호사 9명으로 구성된 의료단은 인도네시아 적십자사 의료팀 14명과 함께 아체주 물라보까지 이동해 현지에서 한달간 응급 구호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들은 현지에 투입되는 최초의 진료팀이다.

부단장인 정훈(36) 서울 적십자병원 정형외과 과장은 "우선 골절상 등 외상 환자에 대한 응급치료에 주력할 것"이라며 "세계를 위해 봉사하는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심고 오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이라크 전쟁 때에 이어 두 번째로 의료 봉사활동을 떠나는 서울병원 문숙자(39.여)간호사는 "전염병 예방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도 의사.간호사 등 30여명의 의료진이 의료 봉사를 자원해 이들 중 15명을 긴급 구호팀으로 구성, 인도네시아로 보낼 예정이다.

◆ 네티즌 "한류 사랑에 보답"=네티즌들도 동남아 관련 동호회를 중심으로 성금계좌를 개설해 모금하는 것은 물론 자체적으로 구호팀을 꾸려 파견하는 등 구호활동에 나서고 있다.

회원 1만5000여명의 다음 카페 '동남아 여행기(http://cafe. daum. net/lulukorea)'는 자체적으로 자원봉사팀을 꾸렸다. 카페 공지를 통해 10여명 안팎의 회원을 모아 10일 태국 푸껫으로 떠날 예정이다. 유치원 교사, 50대 사업가, 대학생 등 6명이 참여하기로 했으며, 6일까지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 기업들 온정도 이어져='선한사람들'은 이마트에서 의류 400벌을 기탁받아 스리랑카로 보낼 예정이며, 한화그룹은 월드비전에 1억원 상당의 의약품 지원을 약속했다.

SK그룹은 지진과 해일 피해를 본 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 등지의 피해 복구 성금으로 50만달러(5억원)를 대한적십자사에 냈다고 3일 밝혔다. SK는 이 중 20만달러(2억원)를 자사의 화학제품 공장이 있는 인도네시아에 지정 기탁했다. 페트병용 수지와 폴리에스테르 섬유 등을 만드는 SK 인도네시아 공장은 이번 지진과 해일에 피해를 보지 않았다.

국내 기업으로는 SK에 앞서 현대.기아차그룹이 150만달러(15억원), 삼성그룹이 100만달러(10억원)를 냈다.

권혁주.홍주희.손해용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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