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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이전'으로 돌아갔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대전 월드컵경기장은 이탈리아와의 월드컵 16강전이 열렸던 곳이다. 그날의 함성과 감동이 아직도 생생한 이 경기장에서 대전-수원의 경기가 벌어졌다. 그러나 이 경기는 아쉽게도 우리 프로축구의 구태와 악습이 재현한 현장이 되고 말았다.

수원이 1-0으로 이기고 있던 후반 12분 수원 산드로가 추가골을 넣자 대전 선수들은 오프사이드라며 부심에게 달려가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판정은 뒤집어지지 않았다. 잠시 후 오른쪽 페널티지역을 파고들던 대전 김은중이 수비수와 부딪쳐 넘어졌다. 임은주 주심은 코너킥을 선언했고, 김은중은 페널티킥을 주지 않는다고 주심에게 몸을 부닥치며 거칠게 항의했다.

이때 관중석에서 생수병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축구 전용구장의 '위력'을 보여주듯 물병은 선수들을 곧바로 향하며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후반 28분 김은중이 경기와 상관없이 가비를 발로 차 퇴장당했다. 이때도 물병이 난무했다. 이후 경기장은 감정적인 발길질이 난무하는 싸움터로 변했다.

경기장 관리도 허점을 드러냈다. 그라운드는 월드컵 이후 한달 만에 군데군데 흙바닥이 드러나 흉물스러운 모습이었다. 미디어석은 제대로 통제가 안돼 일반 관중이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을 책상에 턱 걸치고 구경하고 있었다.

한편 대전 서포터 수백명은 경기가 끝난 뒤 "부정 심판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수원 선수단 버스에 물병과 이물질을 집어던졌다.

성숙한 축구 문화가 자리잡으려면 아직도 멀었다.

대전=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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