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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항구 도시마다 '수변 공연장'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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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오페라·콘서트 겸용극장과 현대미술관, 레스토랑, 쇼핑센터, 예술교육센터, 멀티플렉스 상영관, 수영장 등이 들어서 있는 영국 맨체스터 로리 센터는 2000년 4월 개관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영국의 밀레니엄 프로젝트 중 하나다. 지난해 디지털 월드 센터에 이어 전쟁 박물관을 보태 거대한 문화·레저 타운으로 자리잡았다.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이곳 샐퍼드 부두는 영국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맨체스터와 운하로 연결되는 물류거점이었다. 1906년 인근 트래퍼드 파크에 자동차·섬유·기계 공업단지가 들어섰고 얼마 후 대형 도크까지 건설돼 한때는 7만5천명의 근로자들을 고용했던 영국 공업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70년대부터 화물의 컨테이너화와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이곳은 오물과 공해가 넘쳐나는 우범지대로 탈바꿈했다. 항만 진입도로와 철도로 도심과 분리돼 어둡고 침침했고 모두들 근처에 가기를 꺼려했던 이곳은 82년 아예 도크를 폐쇄했다.

이듬해 샐퍼드 시의회는 이곳 부지의 대부분을 매입해 재개발 계획에 착수했고, 80년대 말 아트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밀레니엄을 전후해 워터프런트, 즉 강·바다·호수 등 도시 내의 수변(水邊)공간에 들어선 공연장이 각광받고 있다. 아트센터 이름에 리버프런트·하버프런트·워터프런트 등의 단어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산업화로 부두와 창고, 화력발전소와 공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우리네 삶에서 점점 멀어졌던 워터프런트가 예술창조의 산실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로리 센터뿐 아니다. 런던 사우스뱅크센터, 요코하마 '미나토 미라이('항구의 미래'라는 뜻)21', 토론토 하버프런트 센터 등 전망대·레스토랑 등과 결합한 대형 문화·레저 타운은 필수 관광코스다. 항구와 중화학 공업단지가 첨단 문화산업 기지로 변신한 것이다.

하버프런트 센터에는 창고를 개조해 작가들에게 스튜디오를 제공하고 무료 공연장 등이 들어서 있다. 워터프런트 재개발에 성공한 토론토시는 인근 항구의 맥아사료 창고 자리에 오디오·방송까지 아우르는 '세계 최고의 음악산업 기지'를 건설한다는 목표 아래 '메트로놈 캐나다'를 신축 중이다.

굳이 도시 탈출을 감행하지 않더라도 워터프런트에 가면 소음과 공해에 찌들었던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탁 트인 전망과 맑은 공기를 호흡할 수 있다. 시원한 바람과 찰랑이는 물결에다 수면 위로 비치는 도시의 야경은 더욱 환상적이다. 런던 사우스뱅크 센터 내에 들어선 레스토랑 '피플스 팰러스'는 템스강이 내려다보이는 탁월한 전망 때문에 자리를 예약하려면 1주일 전부터 서둘러야 한다.

날씨와 계절에 따라 새옷으로 갈아입는 워터프런트는 친구 또는 가족 동반으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산책 코스로도 적격이다. 자연스럽게 공연장·전시장으로 발길이 옮겨지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서울에 새로운 공연장이 들어선다면 한강변에 자리잡아야 한다. 강건너 편에서도 건물이 금방 눈에 띌 수 있어 서울의 상징물이 될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뚝섬개발계획에 기대를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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