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단독입수 김정일 지시문<요약>]"국가 무상공급 없앨 건 없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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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최근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경제개혁은 지난해 10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당과 내각의 경제관리 일꾼들에게 내린 지시에 따른 것임이 확인됐다.이 지시에는 북한이 지난달 초 단행한 임금·물가 인상과 기업의 자율권 강화 등의 조치 외에도 생산관리 계획 권한을 지방과 하부기관에 대폭 이양하고 지방에서 생산한 상품의 가격을 지방공장이 자체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등 주목할 만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본사 통일문화연구소가 단독 입수한 金위원장의 지시문건 가운데 주요 내용을 요약·정리했다.

편집자

지금 사회주의 경제건설에서 제일 걸리는 것이 경제관리 문제다. 아직도 경제는 정상 궤도에 올라서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주의 경제관리 체계와 질서도 많이 힘들어졌다. 이는 우리 일군들이 당의 사상과 의도에 맞게 경제지도와 관리를 바로 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경제관리 대담하게 수정=경제관리에서 혁신을 일으키지 못하면 경제를 치켜세울 수 없고, 경제강국도 건설할 수 없다. 사회주의 경제관리를 개선·완성하는 데 틀어쥐고 나가야 할 종자는 사회주의 원칙을 확고히 지키면서 가장 큰 실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시기 경제관리 체계와 경제관리 방법이 그때에는 옳고 좋은 것이었다 해도 오늘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변화·발전하는 현실의 요구에 맞게 경제관리에서 고칠 것은 대담하게 고치고 새롭게 창조할 것은 적극 창조해야 한다.

◇계획 권한 이원화=변화된 환경과 현실 발전의 요구에 맞게 계획사업 체계와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계획지표들을 중앙과 지방, 위·아래 단위간에 합리적으로 분담해야 한다. 국가계획위원회는 전략적·국가적인 중요 지표들을 계획화하고, 소소한 지표들과 세부 규격지표들은 해당 기관·기업소에서 계획화하도록 해야 한다. 연간·분기 계획을 월별 분할하는 것도 성·중앙기관이나 도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며, 특히 지방경제 부문은 도별 공업 총생산액, 기본 건설투자액 등 중요 지표 외(外)에 세부지표들을 도·시·군 자체 실정에 맞춰 계획화하도록 해야 한다.

◇가격 지방공장이 제정=지방공업은 시·군의 책임성과 창발성을 높이도록 권한을 주고 풀어줄 것은 풀어줘야 한다. 지방공업에서 생산한 소비상품의 가격·규격 등은 국가적으로 재정 원칙과 기준을 정해주고 상급기관 감독하에 공장 자체로 제정해 생산·판매토록 해야 한다. 이런다고 해서 가격 일원화에 저촉될 것도 없으며, 도리어 수요에 맞게 품목을 늘리고 같은 상품이라도 여러 규격과 형태로 생산·판매해야 한다.

◇책임 강화=내각과 중앙경제기관들은 쥘 것을 틀어주지 못하거나 여러 규정으로 아래를 얽어매 놓은 것도 많으므로 중앙·지방·기관기업소들의 임무를 전반적으로 검토해 경제관리 원칙과 현실적 조건에 맞게 바로 규정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성·중앙기관들은 맡은 부문에 대해 당과 국가 앞에 전적으로 책임지며, 당의 경제정책 관철을 위한 내각의 결정·지시를 어김없이 집행해야 한다.

◇물자의 유무상통=자재공급사업도 계획을 기본으로 하면서 사회주의 물자교류시장을 조직·운영토록 해야 한다. 공장·기업소들간 과부족되는 일부 원자재·부속품 등을 유무상통하도록 하며, 생산물의 일정 퍼센트를 자재용 물자교류에 사용토록 할 수도 있을 것이며 이 경우 교류물자의 종류와 범위를 적절히 규정해 주고 반드시 은행을 통해 결제하게 해야 한다.

◇질적 생산 중시=질적·기술경제적 계획을 홀시하는 편향을 없애고, 원가·이윤·재정계획을 현실성있게 바로 세우고 집행·감독을 엄격히 해야 한다. 경제부문 일꾼들이 노력·물자·자금의 낭비 여부에 상관없이 생산과 건설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경제관리를 하는 것이 최대의 결함인데, 이는 기술경제적 지표계획과 재정계획을 홀시하는 것과 관련된다.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자금·물자·노력 투입 대비 실리를 얼마나 얻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재정계획 방법과 계산체계를 바로 세우며, 재정이 달리면 생산경영 활동이 걸리도록 '원에 의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기업 자율성 강화=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공장·기업소들을 계획적·합리적으로 조직·관리운영해야 한다. 연합기업소·협동농장 등 모든 공장·기업소들을 생산전문화 원칙에서 조직운영, 지도관리하며 공장·기업소간 연계와 협동을 강화해야 한다. 생산경영에 대한 계획적 지도관리를 확고히 보장하면서 기업관리를 과학적·합리적으로 해서 최대 실리를 얻도록 하고 독립채산제를 강화해야 한다.

◇분배의 평균주의 배제=사회주의 노동생활 기풍을 확립해 건달을 부리거나 놀고 먹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하며, 근로자들의 생활을 안정·향상시켜야 한다. 아직 많은 공장·기업소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해 일감이 없는 실정에서 남는 노동력은 다른 작업이나 국토·농촌건설 등 사회적 과제에 동원해 작업과제를 똑똑히 주고 수행 정도에 따라 반드시 보수를 줘야 한다. 물질적 평가에 정치적 평가를 잘 결합시켜 노동량과 질이 높은 사람은 물질적·정치적으로 응당 평가를 받게 하며 분배에서 평균주의를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임금·무상지원 개선=현실의 변화발전에 따라 노동에 대한 새로운 평가·분배방법을 연구·도입해 사회주의 노동보수제를 더욱 개선하고 완성시켜나가야 한다. 경제생활에서 공짜가 많은데, 이런 것들을 정리해야 하고 무상공급·국가보상·기타 혜택들도 검토해 없앨 것은 없애야 한다. 앞으로 식량과 소비품 문제가 풀리면 근로자들은 자기 수입으로 식량도 제값으로 사먹고, 살림집도 사서 쓰거나 온전한 사용료를 물고 쓰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상품 가격과 생활비를 전반적으로 고쳐 정해야 한다. 무료교육·무상치료·사회보험 등 사회주의 우월성을 집중 보여주는 것들을 제외한 일부 불합리한 사회적 시책들은 현실적 조건에 맞게 정리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산업 발전=사회주의 경제관리에서 과학기술을 빨리 발전시키고 널리 받아들여야 하며,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기풍을 세워야 한다. 인민경제의 현대화·정보화를 적극 실현해야 한다. 공장 개건과 첨단 과학기술, 특히 정보기술과 정보산업의 발전을 이룩해야 한다.

정리=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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