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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잡스의 서투른 대응, 애플을 코너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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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결국 한발 물러섰다. 16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의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그를 짓누른 건 출시 이후 줄곧 문제가 되고 있는 아이폰4의 안테나다. 지난 13일 미국 소비자연맹이 발간하는 컨슈머 리포트가 수신 기능 문제를 거론하며 “아이폰4를 추천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 결정타였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16일(현지시간)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나와 ‘안테나 게이트’란 자막 아래 아이폰4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그는 이날 문제가 된 수신 기능 결함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지만, 아이폰에 국한된 게 아니라 스마트폰 전체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쿠퍼티노·AP=뉴시스]

전 세계 애플 팬들에게 그는 신(神)처럼 추앙받아 왔다. 하지만 이날 그는 “우리도 사람이고, 실수를 한다”고 했다. 일종의 ‘커밍아웃’이다. 그리고 안테나 기능이 떨어지는 걸 막는 29달러짜리 범퍼 케이스를 무료로 나눠주고, 구입한 지 30일 이내라면 환불도 해주겠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다만 리콜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서기엔 그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을까. 그는 수신 불량 문제를 모든 스마트폰의 문제로 몰고 갔다. 노키아와 RIM(리서치인모션), 삼성전자 등 경쟁사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아직은 추이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당장은 오히려 역풍을 부르고 있다. 당장 경쟁사들이 공동전선을 펴며 잡스를 맹공하고 나섰고, 언론들의 시선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애플의 서투른 대응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조차 상황을 얼마나 나쁘게 몰고 갈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꼬집었다.

잡스는 이날 아이폰4가 지난달 출시 이후 3주간 300만 대가 팔렸다고 말했다. 애플의 신제품 중 가장 빠른 판매 속도다. 하지만 같은 기간 애플의 주가는 7.8% 떨어졌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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