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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덩어리 문어, 노인환자에게 보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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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호 15면

문어의 제철은 11월∼이듬해 1월이다. 그런데 한여름에 문어가 화제가 됐다. 남아공 월드컵의 승패 점치기에서 ‘8전 전승’을 기록한 문어 ‘파울’ 때문이다. 문어의 평균수명은 6개월∼15년까지 천차만별이다. 수명은 대개 덩치가 큰 것들이 오래 산다. ‘파울’의 몸집을 감안하면 다음 월드컵까지는 살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태균의 식품이야기

공교롭게도 ‘파울’이 놀라운 예지력을 발휘한 8번은 그의 발 수와 일치한다. 해부학상 문어는 다리가 아니라 발이다. 오징어는 다리(10개)가 맞다. 문어의 영문명 ‘octopus’는 ‘8개의 발’을 뜻한다. 이래저래 문어는 축구와 인연이 깊은 생물인가 보다.
이번 ‘파울’의 활약 덕분에 서양, 특히 스페인에선 문어의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을 것으로 보인다. 서양의 문어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악마 고기(devil fish)’라고 불렸다.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제국주의 국가의 상징으로도 묘사됐다. 문어 머리를 한 영국의 처칠 총리가 문어발로 아프리카·인도 등 식민지를 휘감고 있는 포스터는 유명하다. 문어발은 탐욕의 상징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대기업의 사업영역 확대를 비판할 때 ‘문어발식 기업 확장’이라는 표현을 쓴다.

우리 선조들은 관혼상제의 상차림에 문어를 올렸다. 그러면서도 문어의 습성에 대해선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자신에게 해가 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문어 사랑’이라 했다. 집단수용소나 포로수용소의 독방을 ‘문어방’이라 불렀다.

문어는 구멍에 들어가길 좋아해 ‘문어방’이란 단지에 가둬 잡는다. 갇힌 문어는 그 속에서 자기 발을 뜯어먹으며 길게는 반년가량 버티는데 문어방은 이런 극한 상황을 빗댄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문어는 낙지·주꾸미와 ‘사촌’간이다. 오징어·꼴뚜기와는 ‘사돈의 팔촌’쯤이다. 잡식성 연체동물로 대개 게·생선·홍합 등을 잡아먹는다. 몸길이는 0.3∼4m, 체중은 5∼75㎏이다. 단독 생활을 하며 물속에서 최고 시속 43㎞로 헤엄친다.

영양학적으론 고단백·저지방 식품이다. 단백질 함량이 흰살 생선에 버금간다. 100g당 16g(생것)이다. 말린 것과 삶은 것의 단백질 함량은 각각 72g·22g에 달하는 단백질 덩어리다. 성장기 어린이에게 간식용으로 권할 만하다.

웰빙 성분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황이 함유된 아미노산인 타우린이다. 말린 문어·오징어·전복의 표면에 생기는 하얀 가루가 바로 타우린이다. 타우린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을 낮춰준다. 시력 회복·간 기능 개선에도 유용하다.

100g당 지방 함량은 0.8g(생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지방의 대부분이 혈관·두뇌 건강에 유익한 DHA·EPA 등 오메가3 지방(불포화 지방의 일종)이다. 그래서 문어의 콜레스테롤 함량이 상당히 높지만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다소 높은 사람이 먹어도 무방하다.

열량은 그리 높지 않다. 생문어 100g당 열량이 74㎉(삶은 것 99㎉)로, 같은 양의 바나나 수준이다. 그러나 말린 문어는 열량이 348㎉(밥 한 공기 200㎉)나 된다.

마트에선 검은 반점이 있는 빨판에 탄력이 있는 것을 고른다. 문어는 대개 날로 먹지 않고 익히거나 삶거나 말려 먹는다. 초밥·백숙·숙회·장아찌 등에 사용한다. 얇게 썰어 초고추장을 찍어 먹으면 술안주로 그만이다. 문어를 재료로 하는 ‘건곰’이란 음식은 문어·명태·홍합·파를 함께 넣어 끓인 국이다. 노인이나 병후 환자의 회복식으로 추천할 만하다. 삶은 문어를 보관할 때는 다리를 하나씩 자른 뒤 랩에 싸서 냉동실에 넣어둔다. 사람들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은 문어의 머리 위치다. 대부분 둥근 부분을 ‘문어 대가리’라고 오인한다. 둥근 부위엔 내장이 들어 있으므로 몸통이다. 발이 붙어 있는 부위에 눈과 머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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