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裳서리의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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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장상(張裳)총리서리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수그러 들지 않고 있다. 인사청문회 첫날 회의에서 세 차례의 위장전입 의혹이 새로 등장했다. 한나라당 측이 제기한 문제는 "서울 잠원동→반포동→목동의 아파트 세 곳에 주민등록만 이전하는 위장전입 수법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아들 2중국적과 의료보험 혜택 논란, 양주땅 부동산투기 의혹이 시원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드러난 이런 의혹으로 張서리가 신뢰와 도덕성의 함정에서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같은 논란을 키우는 것은 해명에 설득력이 충분하게 뒷받침되지 못한 때문이다. 위장전입 논란에 대해 그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3년 전까지 아들·며느리의 월급을 받아 관리할 정도로 총지휘했던 시모(媤母)님이 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런데 "노령의 시모님이 앓아 누워 왜 그랬는지 물어볼 수도 없어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대로 '바깥생활(교수)에 바빴다' 해도 세 차례나 주민등록이 옮겨진 상황을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자칫 시어머니한테 떠넘기는 '모르쇠'의 행태로 비춰질까 걱정이다. 한나라당의 집요한 공세에 그는 "왜곡된 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보다 객관적이고 명쾌한 설명을 덧붙여야 할 것이다.

그의 신뢰성 논란은 말의 가벼움과 말 바꾸기 의혹을 자초한 탓도 있다. 임명 직후 아들의 미국 국적 문제가 터지자 "이럴 줄 알았으면 포기했을 것"이라고 했을 때부터 국정 제2인자의 화법에 어울리지 않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는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서리이며, 이번 인사청문회는 관련법이 처음 적용되는 케이스다. 청문회 마지막날인 오늘 張서리는 도덕성과 믿음을 줄 만한 소재도 내놓고 답변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비리 추적의 조사청문회와 다르다. 의원들도 張서리가 관련 문제에 대한 해명과 국정수행 비전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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