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참모’ 3인 고별사] “대통령과 우린 물과 물고기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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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선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 등 2기 참모진의 이임식이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할 거라는 뜻에서 ‘순장(殉葬) 3인방’으로 불렸던 박형준 전 정무· 박재완 전 국정기획·이동관 전 홍보수석이 정 전 실장과 함께 청와대 직원들 앞에 섰다.

먼저 정 전 실장은 이임사에서 “여러 위기가 닥쳤지만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도 많았다”며 “평생 이 기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희망을 갖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을 맺었다.

박형준 전 수석은 “대통령님과 우리 모두는 물과 물고기의 관계, 수어지교(水魚之交)”라며 “물고기는 물을 떠나 살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 안에 있을 때는 어항 안의 물고기였을지 모르지만 밖에서는 이 물이 모두를 위한 의미 있는 물이 돼 콸콸 넘치도록 더욱 힘차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님의 열정을 따라가지 못해 늘 고심이었지만 (청와대에서) 일했던 기간이 가장 화려했고,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세종시 수정작업을 총괄했던 박재완 전 수석은 “대과를 남기고 떠나게 돼 마음이 참으로 무겁다”고 운을 뗐다. 그는 “세종시 발전안을 성사시키지 못했지만 2년 반 동안 선진화의 기틀을 다졌다는 점에 위안을 갖는다”며 “촛불시위 이후 여러 고비에서 대통령님과 함께 하얗게 밤을 새우고 길거리를 뛰던 동지 여러분을 남기고 먼저 나가게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인사말을 하던 중 목이 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 그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 전 수석은 “2년5개월 전 인수위 때부터 대통령님께 ‘소통의 창구가 되겠다’고 했지만 5%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청와대 담장은 아무리 낮추려고 해도 낮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저잣거리 민심의 바다에서, 바깥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며 “청와대는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대통령님의 성공을 위한 결사체다. 끝까지 일치단결해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

순장 3인방의 향후 행보는 어떨까.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만큼 언제든 다시 중용되리라는 전망이 크다. 박형준 전 수석의 경우 정무특보설이 돌았지만 본인은 부인했다. 대신 차기 정권 재창출의 토대를 다지는 ‘싱크탱크’를 만드는 일에 더 관심이 크다고 한다. 박재완 전 수석은 일단 대학(성균관대) 교수직으로 복귀할 예정이지만, 입각 가능성도 계속 제기된다. 이동관 전 수석은 여러 직에 거론되지만 본인은 "난 당분간 백수로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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