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신임 한나라당 대표(오른쪽)가 16일 오전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예방해 정세균 대표와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안성식 기자]
“의석 수 균형이 너무 깨져 있어서 이번에 크게 양보하셔야 할 것 같아요.”(정세균 대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16일 첫 상견례에서 나눈 대화다. 7·2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놓고 농담 속에 뼈를 담았다. 안 대표가 신임 인사차 정 대표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전국 8곳에서 열려 ‘미니 총선’으로 불리는 이번 재·보선은 두 사람 모두에게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 승부다. 안 대표로선 당 대표 취임 후 첫 시험대고, 다음 달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있는 정 대표에겐 중요한 성적표다. 어느 한 쪽이 참패할 경우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는다.
안 대표는 “재·보선에서 정 대표가 너무 나서서 (선거운동) 하지 말아 달라”며 “(제가) 당 대표가 됐는데, 바로 목 떼려고 하진 않겠죠? 부탁드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정 대표는 “(미래희망연대와의 합당으로 한나라당) 의석이 176석으로 늘어났다”며 “개혁진영이 100석은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여야의 심리적 균형이 맞아 야당이 훨씬 협력적으로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다”고 맞받았다.
안 대표는 뒤이어 상도동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YS는 “(안 대표가) 개헌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참 어려운 문제다. 섣불리 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또 “내각책임제는 실패한 제도다. 박정희가 쿠데타 하지 않았나. 실패한 제도를 할 필요는 없고 대통령제를 잘하는 게 최고”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신중히 하겠다”고 답했다. YS는 여권 내분과 관련해 “지금 한나라당이 하고 있는 싸움은 한심한 점이 많다”며 “계파끼리 싸우면서도 나라와 당을 위해 화합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