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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순환 기술’이 미래의 경쟁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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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구 환경변화의 대책으로 선진국들은 녹색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저탄소 녹색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산업계는 새로운 기술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은 반드시 생명 순환을 고려해야 한다. 풍력발전기나 태양열발전기를 설치·유지하기 위해 산림을 훼손하고 물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은 자연자원의 손실을 야기하므로 결코 생명을 순환시키는 녹색기술이라고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바이오 에너지 같은 신재생에너지 생산기술이 에너지를 과다하게 필요로 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녹색기술이 아니다.

제도적인 노력도 더해야 한다. 탄소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같은 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질소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선 ‘질소 발자국(nitrogen footprint)’ 제도도 제안되고 있다. 생물의 필수 성분인 질소는 비료, 바이오매스 소각, 축산, 폐수 등의 경로를 통해 농식품 산업에서 인위적으로 증가시키는 비율이 가장 높다. 국내 농식품 생산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은 전체의 약 15%(환경부 2007 자료 참고 계산)에 이르고 있다. 20% 안팎인 선진국의 실정을 고려하면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향후 자연자원 고갈을 염려해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물 발자국(water footprint)’ 제도도 고려되고 있다. 농업이 세계적으로 전체 담수의 69%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할 때 농식품 산업에서 우선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밀 1㎏을 생산하기 위해 물 1500L가 소모되지만 같은 1㎏ 생산에 물 1만5000L가 소요되는 ‘곡류사료급여 비육소고기’ 생산은 녹색기술이 될 수 없다.

생산도 결국은 소비를 위한 것이다. 녹색성장에서는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도 고려해야 한다. 미래는 바이오 경제 시대가 될 것이다. 녹색성장은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탄소·질소의 배출과 물의 사용량을 줄임으로써 지구상의 생명 순환을 순조롭게 하면서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것이다. 녹색성장을 뒷받침할 과학기술 개발은 생명 순환이 강조되는 기술이 우선적으로 개발돼야 한다. 그중에서도 생명 순환의 핵심 역할을 하는 농림수산식품업에서부터 녹색성장이 시작돼야 한다.

이무하 한국식품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