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정치'서 '미디어 정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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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선관위가 28일 내놓은 선거관계법 개정 의견은 고비용 정치구조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던 정당 구조와 선거운동 방법을 파격적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비용 선거운동 방법 수술=정당 연설회와 후보자·배우자의 장외 연설을 폐지하도록 했다. '몇명짜리 연설회는 얼마짜리 공사'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청중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든다. 그런데도 '세(勢) 과시'를 위해 돈을 뿌려왔다. 이걸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집회를 통한 후원회와 의정활동 보고회도 금지했다.

선관위는 대신 국고 지원에 의한 언론매체 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후보자들의 공약 등을 선관위가 종합적으로 정리해 일간신문에 총 30회 광고토록 하는 방안을 신설했다. 후보자별로도 신문광고를 70회에서 80회로, TV·라디오 매체별 광고를 30회에서 1백회로 늘렸다. 공영방송을 통해 후보자 TV합동토론회를 전국 단위로 두차례, 시·도별로 한차례씩 실시하는 방안도 신설했다.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위원장 1인 지배 체제'로 운영된다는 비판을 받아온 지구당을 폐지하도록 했다.

대신 선출직을 제외한 3인 이상의 공동대표를 두도록 하라고 제안했다. 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을 배제해 지배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중앙당도 사무처 위주의 구조를 의원총회 위주로 바꾸도록 했다. 국민의 대표인 의원 중심으로 정당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자금 수입·지출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도 도입했다. 현재 총액만 공개하는 수입 내역을 모두 공개토록 하고,1백만원 이상 기부자는 인적사항까지 제출토록 했다. 10만원 이상을 지출할 때는 카드를 사용하거나 계좌이체를 통하도록 했다.

◇위반자 처벌과 선관위 조사권 강화=선관위는 이같은 제도가 시행돼 궁극적인 선거비용 절감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 규정과 함께 추후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1백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아야 당선 무효가 됐던 규정을 '유죄 판결만 받으면'으로 고치도록 했다.

선관위에 금융거래 내역을 추적할 수 있는 계좌추적권을 주고, 정치자금법 위반 행위와 관련해 검찰에 고발한 사건에 대해 선관위가 재정신청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선거비용 얼마나 주나=공영제 확대와 함께 기탁금 반환 및 선거비용 보전을 득표율에 따라 차등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대선에서 유효 투표의 0.1%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는 전액을 국고에서 보전하고 0.05% 이상은 75%, 0.02% 이상은 50%를 보전한다. 0.02% 미만을 얻은 후보는 선거비용을 보전해 주지 않는다.

이대로 선거법이 바뀌면 후보자당 총 선거비용이 1백84억원 가량 줄어든다고 선관위는 추정했다. 그 경우 국가 부담은 13억원 가량 늘어나지만 사후 보전액(48억원 감소)과 후보자 부담액(1백36억원 감소), 정당 부담액(12억5천만원 감소)은 모두 줄어든다는 것이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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