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거품 꺼져도 극심한 소비위축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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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최근 미국 증시의 침체와 관련,1990년대 초 자산 버블(거품) 붕괴 이후 극심한 소비 위축으로 일본이 겪고 있는 불황이 미국에도 닥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전문가도 있다.

미국 가계의 순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년대 8%에 불과했으나 매년 증가해 2000년엔 25% 수준으로 높아진 만큼 주가 하락은 가계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증시 버블이 꺼지더라도 일본처럼 극심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동원증권은 25일 90년 일본 가계의 순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어선 데 비해 2000년대 미국 가계의 순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양국의 버블 붕괴 충격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요 선진국을 대상으로 84~2000년 소비에 미치는 변수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주가와 소비의 상관관계가 0.02로 부동산(0.067)이나 소득(0.52)에 비하면 미약한 것으로 나타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세중 책임연구원은 "부동산은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아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면 미래 소득이 그만큼 변한 것으로 인식돼 소비에 비교적 큰 영향을 주지만 가격 변동성이 높은 주식은 그렇지 않다"며 "다우지수가 6,500선 이하로 추락해 단기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지 않는 한 미국 증시의 하락이 미칠 소비 위축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수입 수요 감소로 국내 수출 기업의 실적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판단을 유보할 필요가 있다"며 수출 관련주에 대한 투자 포기는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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