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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부당 처우에 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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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올해 초 실직한 吉모(42)씨는 지난 4월 말 서울 강서구에 있는 유통업체 T실업에 입사했다.

그러나 적지않은 교통비와 밥값을 들여가며 한달을 일한 그에게 회사측은 "판매실적이 시원찮다"며 월급을 한푼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吉씨는 회사측과 임금·근로시간 등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월급을 요구할 근거조차 없었다. 참다 못해 그는 지난달 관할 지방노동사무소에 회사를 고발했고,늦게나마 88만원의 임금을 받았다.

외환위기 이후 크게 늘어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당하는 가장 흔한 부당 처우 사례다. 임금과 복리후생 측면에서 정규직에 비해 고용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고용주들의 계산이 만들어낸 일이다.

서울 영등포의 방직공장 K사는 이달 초 李모(30·여)씨 등 10명을 업무보조 일용직으로 채용하면서 역시 근로기간과 시간, 휴일·휴가 등 근로조건을 근로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았다가 노동부에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李씨는 "하루 10시간 가까이 원단을 옮기는 등의 잡일을 하면서도 일당 2만4천~4만8천원을 받는 게 고작이었다"며 "언제 해고될지 몰라 늘 불안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생리휴가 없는 여공들=노동부는 지난 4~6월 3백인 이상 제조업체 중 비정규직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고 있는 5백88개 업소를 대상으로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일제 점검했다.

그 중 2백93곳에서 모두 5백72건의 위법사실을 적발했다.

노동부는 위반업소들 가운데 사안이 중대한 2곳을 검찰에 고발하고 2백91곳에 대해서는 시정조치했다고 25일 밝혔다.

적발 사례 중에는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의 S섬유처럼 계약직 여공들에게 생리휴가를 제대로 주지 않은 곳도 있었다.

◇정부대책과 문제점=노동부는 앞으로 종합병원·금융기관·호텔·백화점·할인점·요식업소 등 비정규직 근로자 고용이 많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노사정위원회는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종합대책을 하반기 중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새로운 직종이 계속 생겨나면서 어디까지를 비정규직으로 볼 것인가 등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적지않아 결론이 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레미콘 운전기사, 골프장 캐디 등에 대해서는 지방 노동위원회마다 판정이 엇갈리고 있다.

임봉수·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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