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증시 미국發 악재 선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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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아시아 주요국의 증시가 미국 증시 불안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고 있다.

미 증시가 크게 하락한 19일 이후 대만·중국·홍콩 등 아시아 증시는 1~4% 떨어지는 데 그쳤다. 22일 한국 종합주가지수가 4.47% 떨어진 것이 제일 큰 하락폭이었다.

반면 영국·독일 등 유럽 증시는 매일 5% 가량 주저앉으며 미국 증시 영향을 그대로 반영했다. 이달 주가 움직임을 봐도 아시아 증시의 주가 등락률은 미국·유럽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래프 참조>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만 하락폭이 컸다. 24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이를 두고 "미국이 감기에 걸렸는데 아시아는 재채기조차 하지 않는다"고 비유했다. 특히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한국 주식시장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S-오일의 회계 부정 혐의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미국처럼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아시아 증시가 선방하고 있는 것은 경제여건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여전히 투자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1997~98년 외환위기를 겪은 것이 오히려 약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투자자들은 주식투자의 위험성을 잘 인식해 투기성 투자가 많이 줄었고, 부실 기업도 상당히 걸러졌다는 분석이다.

골드먼삭스의 티모시 모어 아태 투자담당은 "아시아 기업들이 최근 몇년간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해왔기 때문에 뉴욕 증시와 같은 급락세를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봉원길 수석연구원은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경기가 미국·유럽보다 좋다는 점이 주가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르고 내리는 추세는 미국 시장의 움직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달러화 약세가 계속되면 고정환율제를 운영하는 중국의 제조업체들이 득을 보게 돼 경쟁국가의 수출 업체들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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