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사람이 정보독점 욕심 부려 선거 여론조사 결과도 안 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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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MB가 천안함을 너무 이용하려고 해 짜증났다” “꽉 막힌 보수 이미지, 한나라당이라고 하면 무조건 싫다”.

한나라당이 6·2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직후 20대 대학생 10여 명과 가진 간담회에서 나온 얘기들이다. 14일로 안상수 대표에게 바통을 넘기고 해체한 당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무성 원내대표)는 15일 이 같은 지방선거 패배의 치부가 담긴 『새 출발을 위한 솔직한 고백』(중앙일보 시사미디어 펴냄)이란 선거백서를 발간했다. 한나라당이 외부 전문가에게 맡겨 백서를 낸 건 처음이다. 백서엔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선거 전 ‘인천·강원·충북·경남이 열세’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핵심 당직자에 전달했지만 윗사람의 ‘정보 독점욕’ 때문에 캠프에 전달도 안 됐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①성장 소외계층의 반발=한나라당은 첫째 패인으로 중산층과 서민이 돌아섰다는 걸 꼽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일자리가 줄 고, 소득격차가 늘어났다는 걸 시인한 것이다. 서울에서 강남·서초 구 등 4개 구를 제외한 21개 구청장선거에서 패한 것도 그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②20~40대는 반한나라당=20대는 김제동씨의 MC 하차사건을 통해 ‘부당한 권력’에 반감을 갖게 됐다. 30대 젊은 주부들은 양육 책임자로서 야당의 무상급식 공약에 끌렸고, 386세대인 40대들은 ‘4대 강 사업’에 대한 반감으로 돌아섰다.

③“믿고 싶은 것만 믿었다”= 각종 미디어의 한나라당 압승 예측에도 불구하고 여의도연구소의 700회 조사에선 부정적 결과가 감지됐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선거캠프는 이 같은 핵심정보를 받지 못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일부 고위 당직자가 조사 결과를 자신의 세력 관리에만 사용했다”고 고백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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