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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한·중 차세대 대결, 한국이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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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중국의 강력한 도전에 고전하고 있는 한국 바둑에 이창호-이세돌의 뒤를 이어 갈 17세 소년 강자 박정환 8단의 존재는 커다란 위안이 되고 있다.

‘한국 바둑의 미래’인 17세 박정환 8단(충암고 3)이 ‘중국의 최고 신예’ 천야오예(21) 9단을 꺾고 한·중 통합천원에 올랐다. 1대1로 팽팽한 가운데 13일 포항 청송대에서 열린 최종국에서 사력을 다한 끝에 간발의 승리를 차지했다(317수, 1집 반 승). 이번 제14회 박카스배 한·중 천원전은 한국과 중국의 천원 타이틀 홀더가 맞붙는 상금 1200만원짜리 작은 이벤트였다. 그러나 한·중의 바둑 팬은 물론 양국 바둑계의 수많은 관계자들이 이 판을 주시했다. 이 한 판엔 한·중 두 나라 바둑의 어제, 오늘, 내일이 압축되어 있었다.

김지석 7단을 완파하고 천원전 우승컵을 차지한 박정환은 올해 이창호 9단을 꺾고 원익배 10단전에서 우승했다. 신인은 많지만 큰 재목이 귀한 한국 바둑의 현실에서 1993년생 박정환은 단연 돋보인다. 조훈현-이창호-이세돌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역으로 지목되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랭킹 5위. 그러나 박정환은 국제무대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고 더구나 중국 신예의 선두주자 천야오예에겐 3전 전패를 당하고 있었다. 이 점이 한국 바둑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었다. 천야오예의 이력은 박정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이미 16세 때인 2005년 세계무대에서 이창호 9단을 꺾었고 17세 때 LG배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18세 때엔 TV아시아선수권에서 준우승(이세돌 9단에게 패배)했고 이때 세계 최연소 9단이 됐다. 중국랭킹 4위.

박정환이 중국의 최고 신예 천야오예 9단과 대결하는 모습.

바로 이런 배경 아래 두 기사는 맞붙었고 3전 전패의 박정환은 감격적인 승리를 차지했다. 한국 바둑의 미래가 한결 밝아졌고 박정환은 중국 바둑과 맞설 일당백의 전사로 떠올랐다. 박정환은 천야오예보다 네 살 어리다. 어쩌면 천야오예가 갖고 있는 ‘18세 세계 최연소 9단’ 기록도 깰 수 있을지 모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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