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릴레이 기고

주택시장 살리려면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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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주택시장 역시 경기 순환의 모습을 보인다. 시장 참여자의 기대와 경제 여건 변화에 따라 공급과 수요가 변화하고 가격 등락이 반복적으로 이뤄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가격의 상승·하락 폭을 적정 범위에 가둠으로써 시장이 안정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주택시장의 경우 과거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으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이 같은 배경에서 현 정부는 출범 당시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원리의 작동을 약속했다. 참여정부 시절 많이 제한됐던 규제를 풀고 세제를 정비하는 등 시장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 싼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해 서민층의 주거 안정까지 도모코자 했다.

그렇다면 요즘의 주택시장 침체는 어디에서 출발했을까. 기본적으로 참여정부에서 시작된 미분양 사태와 분양가 상한제 등 공급 관련 규제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유지됐던 저금리 기조가 건설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던 측면도 있지만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수년간 끌어온 현 정부 또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최근 은행권 프로젝트 파이낸스 대출의 연체율이 급증하는 등 위기가 금융권으로 확산하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분양가 상한제는 집값 급등기에 도입된 가격 규제의 하나로 도입 당시부터 많은 문제가 예상됐다. 시장경제의 본질을 무시하는 조치라든가, 주택 공급을 억제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상한제 시행 3~4년이 지난 지금 그 효과는 어떤가.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상한제는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 이른 시일 내에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

분양가 상한제만의 탓은 아니지만 최근의 주택 공급 실적 저조는 우려할 만하다. 2007년 55만6000여 가구이던 공급 물량(인허가 기준)이 2008년과 2009년에는 각각 37만, 38만여 가구로 크게 줄어들었다. 1990년 주택 인허가 통계가 시작된 이후 연간 공급 물량이 40만 가구 이하로 떨어지기는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을 빼고 처음이다. 따라서 내년 이후부터는 공급 축소의 부작용으로 집값 상승까지 우려된다.

정부가 공공주택을 통해 민간 주택시장에까지 보폭을 넓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이 청약층이 달라 민간 주택 건설을 위축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시장의 판단은 크게 다르다. 보금자리주택의 절반 가까이가 분양 물량이고 규모 또한 전용 85㎡까지 있어 민간 분양시장에 직접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10년간 공급될 150만 가구는 민간 주택 수요를 억제하는 요인이 된다. 이같이 민간 중소형 주택의 수요가 줄어들면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중대형으로 집을 넓혀가려는 수요까지 줄어 주택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런 어려움을 감안하면 보금자리주택의 공급 방식을 재검토하고 물량과 시기도 조절해야 할 것이다.

주택시장은 국가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만 국민 재산의 상당 부분이 관련돼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는 주택시장이 원만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정비하고 제도 개선을 통해 안정적으로 주택이 공급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 특히 요즘처럼 시장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가능한 정책 수단을 동원해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릴레이 기고] 주택시장 살리려면 <상> DTI만이라도 한시적으로 완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