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장 개혁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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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대 정운찬(鄭雲燦) 신임총장의 취임회견은 여러 가지 신선한 내용을 담고 있어 앞으로 서울대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서울대 위기론이 팽배하고 학내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취임하는 만큼 그의 개혁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대가 사회의 기대엔 못미치면서도 특권은 계속 누리고 있다는 그의 지적은 뼈아픈 자성이다.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개혁을 해야 하는 것이 鄭총장에게 맡겨진 책무다. 그는 개혁에 대해 "지금까지 비정상적이었던 것을 정상으로 만들어놓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전임 총장이 잇따라 불명예 퇴진하고 학내 문제로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 말은 적절한 지적이다. 독선적 학교 운영이 전임 총장들의 개혁 실패 이유로 지적되는 만큼 학내의 민주적 의사 결정을 위해 교수의회를 신설하거나 교수평의회를 강화하는 방안은 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본다.

6개월 이내에 총장 선출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약속도 주목된다. 정치판을 닮아가는 직선제 선거의 폐해를 이젠 끊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학내외에 확산되고 있다.직선제 포기를 포함한 여러 대안을 검토한다고 했으니 획기적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鄭총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학부제 변경이나 전문대학원 도입, 교수 연봉계약제 등은 교육인적자원부와 마찰을 빚을 수도 있고 학내에서 단과대·학과·교수들의 반대에 부닥칠 수도 있다. 기초학문 분야 지원을 확충하려면 재원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총장 공관을 헐어 그 곳에 젊은 교수들의 무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구상은 이 방안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논란은 차치하고 그의 개혁 성향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개혁의 편향성과 독선에 빠져들지 않으면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향한 조용하면서도 단호한 서울대 개혁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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