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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이동통신 규격 단일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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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 NTT도코모, 미국 싱귤러 와이어리스, 영국 보다폰, 독일 지멘스 등 세계 26개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 및 통신장비 제조업체들이 차세대 이동통신 규격을 단일화하기로 하는 데 합의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31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이번에 표준 통일에 합의한 이동통신 방식은 일명'수퍼 3세대'로 현행'3세대'와 2010년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4세대'의 중간 단계 통신 기술이다.

수퍼 3세대 서비스는 3세대보다 10배 이상 빠른 수준인 초당 30 ~ 100메가 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상용화할 경우 초고화질의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수퍼 3세대'의 표준 통일은 일본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NTT 도코모가 주도했으며 미국의 싱귤러 와이어리스, 영국의 보다폰, 중국의 차이나 모바일 등이 참여했다. 또 통신장비 및 휴대전화기 업체로는 일본 NEC와 프랑스 알카텔, 독일 지멘스 등이 참여한다. 이들은 2007년 6월까지 기술표준을 정한 뒤 실용화를 겨냥한 기기 개발에 나서 이르면 2009년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신문은 "제3세대 규격통일을 추진하다 실패했던 NTT 도코모가 전 세계 주요 사업자를 끌어들여 차세대 규격통일을 이끌어 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단말기 업체에 끌려다니던 통신업계에 지각 변동이 점쳐지고 있다.

업계에선 "통신 서비스 업체들의 통신장비.단말기 제조업체들에 대한 일종의 반란"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그간 세계 주요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은 단말기 업체와 가격과 성능 문제 등에서 마찰을 빚어왔다"며 "수퍼 3세대 통신방식을 서비스 업체들이 개발해 장비 업체에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아오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세계 이동통신 단말기 및 장비시장을 주도하는 노키아.삼성전자.모토로라.LG전자.소니에릭슨 등은 서비스 업체들의 이 같은 포석에 따라 일단 이번 컨소시엄에서는 배제됐다. 이들 주요 장비 업체는 현재 2010년 이후 4세대 이동통신을 상용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장비 업체들은 '수퍼 3세대'가 4세대 시장을 잠식하는 사태가 빚어질지 우려하고 있다. NTT 도코모 연합 세력이 개발하기로 한 수퍼 3세대가 속도 측면에서는 4세대와 엇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표준을 장악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4세대 통신은 초당 100메가 비트의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송수신할 수 있어 원격 진료.텔레매틱스.유무선 통합 등 각종 첨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 그간 독자적인 통신 표준을 고집하다가 고립됐던 일본 업체들이 세계 표준을 장악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일본의 경우'2세대'때는 독자방식인'PDC'를 고수하다가 세계시장에서 고립됐던 경험이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결합은 아직 초보 단계에 불과하다"며 "주요 장비 업체들을 제외하곤 새로운 표준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세력 확산을 위해서도 NTT 도코모 연합 세력은 주요 장비업체들에 손을 내밀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성 기자.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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