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호 주변 난개발로 신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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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팔당호 주변이 전원주택 개발 붐을 탄 마구잡이 개발로 훼손되고 있다.

맑은 물과 수려한 경관의 팔당호지만 상수원 보호구역(호수 주변 1백57㎢) 경계만 벗어나면 여기저기 산을 깎고 녹지를 훼손하며 주택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19일 팔당 상수원관리사무소의 순찰선을 타고 남한강 쪽 상수원 보호구역 한계선인 양평군 양서면 대심리에 이르자 강변 곳곳에 전원주택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북한강 쪽은 더욱 심하다. 역시 상수원 보호구역 경계에서 막 벗어난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에 이르면 산 곳곳이 깎이고 잘린 채 누런 맨살을 드러내고, 전원주택 단지 5~6곳이 연이어 나타난다. 주택 단지 외에도 곳곳에 놀이공원·위락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며, 골조만 세운 채 공사를 중단한 음식점·모텔 터가 경관을 어지럽힌다.

◇대규모 택지개발=지난해 팔당호 특별대책지역 내에서 이뤄진 건축허가는 모두 4천1백여건에 2백60만㎡(약 79만평),산림형질변경도 1천7백건에 3백만㎡에 이른다.

엄격한 규제로 인해 과거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농지나 대지뿐만 아니라 산림을 훼손하고 무계획적으로 전원주택 단지가 들어서는 행태는 여전하다.

이는 전원생활 바람을 타고 개발수요가 크게 늘자 택지·위락시설을 지어 공급하려는 개발업자가 많아졌고, 이를 민선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막지 않기 때문이다.

또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곳은 94년 준농림지에 대한 주택신축 제한이 완화된 뒤 산림 훼손과 형질 변경 등 필요한 법적 절차를 마친 곳들이 대부분이어서 99년 발효된 한강수계법으로도 막을 방법이 없다.

◇생태계·수질에 악영향=1980년대부터 무려 4조5천여억원이 하수처리장·하수관로 정비 등에 투입됐으나 수질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현재 팔당호 수질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연평균 1.3~1.4ppm으로 1급수에 못미친다.

정유순 한강환경감시대장은 "인근 녹지와 강을 잇는 수변 생태계가 도로와 무절제한 산림훼손으로 철저히 파괴되면서 수달·너구리 등 수변 생물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겉도는 대책=한강수계법에는 '오염총량관리제'와 '수변구역 토지 매입' 등 강력한 대책을 담았으나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오염총량관리제는 팔당호 인근 지자체들이 오염 배출량의 상한선을 정해 이를 지키도록 하는 방안이지만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도입토록 한 탓에 아직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강변 5백m~1㎞ 내의 땅을 정부가 직접 사 마구잡이 개발을 막자는 수변구역 토지 매입도 지지부진하다.

서울·경기 주민이 내는 물 이용 부담금으로 모인 '한강수계 관리기금'에서 올해에만 5백94억원의 토지매입 예산이 책정돼 있으나 공시지가로 매입하는 바람에 6월 말까지 실제 토지 매입은 16건 45억5천여만원에 불과하다.

정진성 한강유역환경관리청장은 "현재는 해당지역 토지가 매물로 나와야만 이를 살 수 있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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