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교육여건 개선'1년… 확 바뀐 수업현장 - 영신고 정보센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영신고 1년 이선규(16)양은 요즘 학교생활이 즐겁고 재미있다. 지난달 초 세워진 정보종합센터 때문이다.

첨단 장비를 갖춘 멀티미디어실·컴퓨터실·어학실, 그리고 실내체육관이 있는 이곳에서 하루 수업의 절반을 한다.

여름방학식 날인 19일 만난 양은 "이제야 생생하고 유익한 공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온다"며 "개학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이 센터는 방과 후엔 지역주민들의 것이 된다. 컴퓨터 강의 등 평생교육시설로 개방돼 학교에 대한 이웃들의 관심과 사랑도 커졌다.

후진적 교육환경을 뜯어고치자며 지난해 7월 20일 시작한 교육여건 개선 사업.

1년이 지난 지금 일선 학교들이 이렇게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교육=투자'라는 등식이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당 학생수 감소'라는 목표에 갑자기 맞추느라 양질의 교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등의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살아있는 수업=지난 16일 오후 2시30분 영신고의 정보종합센터 2층 컴퓨터실.

2학년9반 학생 34명이 40대의 개인용 컴퓨터가 있는 교실에서 정보수업을 받았다. 학생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도쿄 신주쿠(新宿)역에서 사쿠라기초(櫻木町)역까지 소요시간' 등의 정보검색 문제를 풀어나갔다.

1학년12반 영어수업이 진행된 3층 어학실에선 학생들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외화 '토이스토리Ⅱ'를 보며 듣기 연습을 했다. 재미있는 영화에다 유용한 표현을 익히느라 조는 학생은 한명도 없었다.

김혜영(29·여)교사는 "학급당 학생수가 줄어든데다 어학실까지 새로 생겨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가 크게 향상됐다"고 전했다.

교사들도 신이 나기는 마찬가지다. 이 학교 김현준(47)교사는 지난달 영어수업에 월드컵을 활용했다. 한국팀의 선전을 편파보도한 외신기사들을 학생들과 함께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독해연습을 했던 것. 金교사는 "삑삑거리는 스피커로 영어테이프를 틀어주던 때에 비하면 획기적 변화"라면서 "가르칠 맛이 난다"고 했다.

지난 5월 정보종합센터가 완공된 서울 동작고의 홍성대(55)교감은 "교사들도 더 이상 칠판·백묵시대의 교수법으론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다는 자극을 받고 있다"며 달라진 수업 분위기를 전했다.

◇지역간 격차 부작용도=교사 충원 문제나 지역간 교육여건 격차 등의 문제가 여전히 지적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영삼 연구국장은 "늘어난 학급수를 교사 충원이 따라가지 못해 혼란이 컸다"며 "부족한 교사수를 기간제 교사로 충원하는 바람에 기존 교사들의 업무부담이 가중돼 교수 여건은 더욱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정보종합센터 등의 첨단시설이 서울지역에 집중돼 지역간 교육여건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도 S고 교장 金모씨는 "대부분 학교에서 과학실 등 특수교실을 없애면서까지 교실수를 늘리고 있는데, 서울지역만 첨단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주민 속으로=영신고의 경우 기말고사 기간인 지난 8일부터 4일간 컴퓨터실을 개방, 주민 23명에게 처음으로 컴퓨터 사용법을 무료 강의했다. 주민 김금순(53·동작구 신대방동)씨는 "동네 학교의 좋은 시설에서 컴퓨터를 무료로 배워 아주 유익했다"며 "다른 강의가 열리면 또 수강할 것"이라고 했다.

동작·상계·고척고도 지역주민들을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