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銀 매각 윤곽 하나銀·JP모건·론스타 자산 실사 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이르면 이달 안에 서울은행을 매각할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되는 등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18일 인간개발연구원이 주최한 조찬 간담회에서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참여자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말 서울은행 실사작업이 끝나면 후보들로부터 최종 인수가격을 제시받아 1개사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되 2,3위 후보에도 잠정적인 협상 자격을 줘 1위 후보와 최종 계약이 무산될 경우 차순위로 협상할 방침이다.

당초 정부에 서울은행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금융기관은 모두 8곳.

국내에선 하나·외환·조흥은행 등 3개 은행이 참여했으며 해외에서는 JP 모건 체이스·론스타 펀드 등 5개의 국제 펀드가 뛰어들었다. 정부는 이중 하나은행·JP 모건·론스타 등 3개사에만 서울은행 자산 실사 권리를 부여해 현재 자산을 실사 중이다.

조흥은행과 외환은행은 아직 다른 은행을 인수할 만한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탈락했으며 3개 외국계 펀드는 매각 주간사인 골드먼 삭스의 판단에 따라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동안 단기 투자에 주력하는 외국계 펀드보다 국내 우량은행(하나은행)에 매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1999년 제일은행을 뉴 브리지 캐피털에 매각하면서 헐값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고 외국계 펀드의 '치고 빠지는' 투자 기법이 안정성이 중요한 은행 산업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인수자가 하나은행으로 결정날 경우 인수 경쟁에 참여한 외국계 펀드들로부터 불공정 시비에 말리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고 있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외국계 펀드 관계자의 말을 인용, "정치적인 고려가 서울은행 입찰을 흐리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정부는 서울은행 매각 대금으로 최소 1조원 이상 받기를 원하고 있다. 서울은행은 상반기에만 1천1백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공적자금 투입과 자체 구조조정 노력으로 부실 여신 비율도 2% 이하로 건전해졌다.

그러나 재경부는 "가격 외에 중장기 경영능력 등 많은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대한생명처럼 매각 심사과정이 장기화할 경우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이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