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憲裁결정 2題 >"알몸수색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경찰이 관행적으로 피의자를 알몸수색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宋寅準 재판관)는 18일 전 민주노총 조합원 金모(30)씨 등 여성 3명이 "경찰관의 과도한 알몸수색은 헌법에 보장된 인격권 및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신체수색은 흉기 등의 반입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되나 수단과 방법이 해당자의 명예 등 기본권을 침해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관련 법령을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金씨 등은 2000년 4·13 총선을 앞둔 그해 3월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성남시 중원구 일대에서 인쇄물을 돌리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적발돼 경기도 성남시 남부경찰서에 연행됐다.

이들은 변호인 접견을 마치고 유치장에 수용되며 상의를 겨드랑이까지 올리고 하의를 무릎까지 내린 상태에서 정밀 신체 수색을 받았다. 수색을 담당한 여경은 이들에게 세차례에 걸쳐 앉았다 일어나기를 요구했다.

이들은 유치장에 처음 수용될 때 속옷을 입은 상태에서 간단한 수색을 받은 터라 이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지만 경찰관의 완강한 요구에 결국 응할 수밖에 없었다.

金씨 등은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찰에서 풀려나자 국가를 상대로 1억원의 위자료 청구소송과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지난 5월 서울고법에서 1백만~2백만원씩의 위자료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경찰은 이 사건이 불거지자 2000년 8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을 개정해 '유치장 근무자는 유치인의 수치심을 유발하지 않도록 배려한다'는 등의 조항을 넣었고 신체수색 때 가운을 입도록 했다.

金씨는 이날 "지난 봄에도 한 회사 노조원들이 경찰서에서 알몸수색을 당하는 등 경찰의 횡포가 여전하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좀더 철저한 개선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자의 자해 등을 막기 위해 알몸수색은 불가피하다. 이번 결정도 과도하지 않은 알몸수색은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