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물고기가 된 아이들 '바닷속 대모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26일 개봉될 애니메이션 '어머 ! 물고기가 됐어요'(원제 Help ! I'm a Fish·감독 스티븐 휄드마크·마이클 헤그너)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안데르센의 고향 덴마크에서 만들어졌다 해서 화제가 됐지만 최근의 주도적 흐름을 바꿔놓고 있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방학용 만화영화는 디즈니로 대표되는 미국 작품 일색이었다. 하지만 2000년부터는 상황이 좀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 작품과는 또다른 감각을 갖춘 유럽 애니메이션이 지루하다는 인식을 깨고 국내에서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대표 주자는 영국의 클레이메이션(점토로 만든 애니메이션)제작사인 아드먼의 '월레스&그로밋'과 '치킨런'. 특히 2000년 12월 개봉된 닉 파크 감독의 '치킨런'은 당시 전국에서 83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다.

여기에 프랑스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미셀 오셀로 감독은 지난해 1월엔 아프리카 원시림의 역동성이 넘치는 '키리쿠와 마녀'를, 같은해 여름에는 종이와 그 그림자를 이용한 환상적인 실루엣 애니메이션 '프린스&프린세스'를 통해 애니메이션의 새 지평을 선보였다.'어머 !물고기가 됐어요'는 그 바통을 이은 것이다.

이 작품은 괴짜 과학자가 발명한 약을 먹고 물고기가 된 아이들이 다시 사람이 되기위해 벌이는 기상천외한 모험담이다. 특히 역경에 빠진 아이들이 스스로 이를 헤쳐나가는 과정을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로 구성했다는 데 이 작품의 강점이 있다. 그 결과는 2000년 시카고국제어린이영화제 작품상 수상, 2001년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장편부문 후보, 그리고 유럽개봉시 '치킨런'과 흥행 대결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주인공 플라이·스텔라·찰스가 각각 날치·불가사리·해파리로 변한 모습은 귀엽기 그지없다. 여기에 88번 고래버스, 귀여운 해마 샤샤, 무식한 철갑게 등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춘 각종 캐릭터 역시 깜찍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린이들만을 위한 작품은 아니다. 해독제를 통해 말하고 생각하게 된 상어 일당은 다른 이를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자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이라는 게 자신의 위대함을 알리는 기념비를 만드는 것이었고, 서로 총사령관이 되겠다고 싸움질을 벌이는 대목에 이르면 이 작품은 훌륭한 블랙 코미디가 된다.

어떤 상황일지라도 결코 희망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 역시 교육적 효과를 원하는 부모들을 노린 적절한 전략이다. 말썽꾸러기들이 성숙한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던 관객은 또다른 카타르시스를 얻게 된다.

디즈니 작품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화려한 화면구성 역시 돋보인다. 특히 감미로우면서도 신나는 유로팝의 계보를 잇고 있는 여성 듀엣 '크리미'의 경쾌한 주제가는 직접 바닷속을 유영하는 듯한 시원함을 준다.

정형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