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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신도시 아파트 단지에 TV경마장 설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시화공단 악취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사행심을 조장하는 TV경마장이 주민 몰래 들어설 수 있는 겁니까."

"경마장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데도 시에서는 세수(稅收)때문에 설치 허가를 내준 거겠죠."

본지 독자 임병준(林炳俊·32)씨와 함께 16일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시화신도시 역전프라자 건물에 들어서는 TV경마장(장외 마권발매소)을 찾아가자 여기 저기에서 주민들의 불평이 쏟아져 나왔다.

주민들은 TV경마장 설치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열흘 넘게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설치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시흥시의회와 지역 사회단체들이 나서서 교통난과 사행심 조장 등 부작용을 지적하며 설치를 반대하고 있는데도 한국마사회는 설치 강행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본사 취재진은 독자와 함께 현장을 돌아보며 TV경마장 설치의 문제점을 알아보았다.

◇TV경마장 개장 준비=마사회는 농림부의 허가를 받아 지난해 12월부터 안산선 전철 정왕역 앞 5층짜리 건물 2~4층 2천여평을 임대해 1백억원 가량 들여 TV경마장 설치공사를 벌여 왔다. 이곳은 3만여가구가 입주한 시화신도시의 한복판이다. 마사회는 주말 하루 10억~15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당초 이달말 개장할 계획이었으나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개장 날짜를 못잡고 있다.

◇주민 반발=정왕동 주민들은 지난달 "TV경마장이 들어설 경우 청소년들에게 사행심을 조장하고 교통체증과 주차난을 유발한다"며 'TV경마장 입주반대 시민대책위원회'(대표 金炳善)를 구성했다. 특히 주민들은 "사전 공청회나 설명회도 없이 비밀리에 경마장 설립이 추진됐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책위는 경마장 건물 주변과 아파트단지 등 56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3만인 주민 반대 서명운동'에 나서 현재 주민 1만1천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주민들은 지난 5일부터 경마장 설치 건물 맞은편에 대형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가는 한편 범시민 반대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독자 林씨는 "정부가 도박장이나 다름없는 시설을 주민도 모르게 허가해 주었다"며 "마사회는 주민들의 설치 반대 의견을 지역이기주의로 몰아붙이고 있어 더욱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문제점=지난해 8월 시흥시 건축심의회는 "TV경마장이 들어설 경우 해당 지역이 교통·주차난 등에 시달릴 우려가 있다"며 보완을 지시했으나 전혀 시정되지 않았다. 이때문에 경마장이 개장하면 하루 2천~3천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차장 규모는 70여대에 불과해 주차대란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인근 영남·삼성·주공아파트 등 10여개 아파트단지 3만여가구 주민들은 교통난뿐 아니라 얌체 주차 등으로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사회측은 이미 사업비 1백여억원을 투자했기 때문에 주민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마사회 김종국(金鍾國·43)장외관리팀장은 "경마장이 전철역 인근이어서 전철 이용 고객이 많으므로 주민들이 우려하는 교통난은 없을 것"이라며 "우선 영업을 시작한 뒤 문제가 발생하면 주민들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동취재=임병준 독자,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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