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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중앙광장에 카페 하나 있었으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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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예술의전당 김순규 사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뉴욕 주재 한국문화원에 근무할 때 링컨센터에 자주 들렀다고 말했다. 링컨센터의 중앙에는 분수대 광장이 자리잡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이버리 피셔홀·뉴욕 스테이트 시어터 등 3개의 공연장으로 둘러싸인 정사각형의 콘크리트 광장의 삭막함을 덜어주면서 도심의 휴식처, 만남의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올해 초 예술의전당이 서예관과 오페라하우스·음악당 사이의 '돌의 광장'에 분수대를 설치하기 위해 7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기자는 콘서트홀의 파이프오르간 설치를 위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으면서 시원한 숲으로 둘러싸인 우면산 중턱에 분수대가 웬말이냐며 시민 휴게시설보다 파이프오르간이 급선무라고 썼다.

지난 주말 예정대로라면 시원스럽게 물줄기가 솟구쳐야 할 한여름에 분수대 설치를 위한 하수도 공사가 시작됐다. 광장 활용계획에 대한 재검토 때문에 늦어졌다는 것. 광장 한복판의 원형 분수대가 아니라 가로 9m, 세로 45m의 길쭉한 모양으로 우면산 쪽에 자리잡을 모양이다.

하지만 공사가 늦어지고 위치가 옮겨진 속사정은 다른 데 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뮤지컬이나 외국 교향악단의 내한공연 등 빅 이벤트가 열릴 때 중앙광장을 예술의전당 후원회원이나 후원기업에서 초청한 인사들에게 주차장으로 개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광장을 시민의 휴식처로 만들겠다면 VIP 주차장으로 쓰지말고 벤치를 늘리면서 야외 카페를 개장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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