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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한·일교류 급증 극중 日語 방영지침 만들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지금 일본에서는 MBC와 후지TV의 한·일 합작 드라마 '소나기, 비 갠 오후' 촬영이 한창이다. 7월 한달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촬영을 마친 뒤 11월쯤 양국에서 동시 방송할 예정이다.

'소나기…'는 MBC가 지난 2월 일본의 TBS와 함께 만든 '프렌즈'에 이은 두번째 한·일 합작 작품이다. 내용은 이렇다. 일본인 오오쓰키(요네쿠라 료코 분)는 서울 지사에서 일하는 친오빠를 만나러 왔다가 오빠가 숨져 있는 것을 목격한다. 경찰은 자살로 단정 짓고 수사를 종결하지만 홍형사(지진희 분)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 홀로 수사에 뛰어든다. 두 사람은 사건을 파헤쳐가며 점점 서로에게 이끌린다.

양국의 배우가 반반씩 출연하고 전체 대사에 한국어·일본어·영어가 3분의1씩을 차지하는 이번 한·일 합작 드라마는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시청자는 이웃 나라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고 제작진은 상이한 방송 제작 시스템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그 핵심에는 드라마 속 일본어 처리 문제가 있다. '프렌즈'가 방영됐을 때 일본어가 여과 없이 방송을 탄 데 대해 일부에선 "일본어 방송은 시기상조"라며 대사 처리는 더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청자 반응은 대체로 유연했다. 극의 흐름상 일본어의 사용이 자연스러워 거부감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런 논쟁을 벌이는 사이 일본 방송계는 한걸음 앞서 있다. 한국인 배우 캐스팅은 물론 한국어 방송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초난강'이라는 한국 소개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고 있고 지난 4월엔 한국말이 전체의 반을 넘는 특집극이 방영되기도 했다.

'소나기…'가 방송될 11월엔 드라마 속 일본어 사용에 대해 또다시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혹시라도 애써 만든 드라마가 사장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제라도 일본어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이 제시돼야 한다. 무조건 문을 닫고 원칙만 주장하는 시대는 지났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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