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의혹… 힘얻는 검증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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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장상(張裳)총리서리의 자격 문제와 관련,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 처리가 순조롭지는 않을 듯하다.

정치권에서는 張총리서리가 임명됐을 당시만 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장남의 국적 문제와 본인의 학력 허위 기재 논란에 이어 '양주 땅 구입'문제 등이 계속 불거지면서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한국 국적을 포기해 미국인 신분인 張총리서리 장남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나자 "한국 국민으로서의 의무는 지지 않은 채 권리만 행사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허태열(許泰)기획위원장은 "미국인이 우리나라에 주민등록도 돼 있고, 의료보험혜택도 받은 것은 도덕성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물론 현행 국민건강보헙법 시행규칙에는 자식이 한국 국적이 아니더라도 피부양자로 등재되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위법이나 범법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張총리서리의 남편인 박준서 교수도 "주민등록을 적극적으로 말소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위법은 아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한국인이 아닌 사람을 위해 보험료가 사용됐다"는 국민의 반발이 만만찮은 상태다.

의혹 제기가 계속되자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14일 "張총리서리의 의혹들을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며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張총리서리의 자격과 도덕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라는 점을 의식, 신랄한 비판을 자제해오던 한나라당이 점차 강경한 입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회창(會昌) 대통령후보도 철저히 검증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는 특히 張총리서리 장남의 국적 문제와 후보 손녀의 '원정출산' 문제를 연계하는 시각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張총리서리와 이희호(姬鎬)여사 간 친분설 등도 파헤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규택(揆澤)총무도 "張총리서리 지명과정에서 여사와의 연관 의혹에 대해 임시국회에서 철저히 따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무조건 옹호론에서 14일엔 한발짝 뒤로 빠졌다. 노무현(武鉉)대통령후보가 "이중국적 문제는 적극적으로 사고해야 한다"며 張총리서리를 간접 옹호하고 나서기는 했지만 당 차원에서는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물러섰다. 상황과 여론을 보면서 입장을 정하겠다는 자세로 바뀐 것이다.

민주당 김희선(金希宣)의원마저 14일 張총리서리에 대해 공개질의에 나섰다. "張총리서리가 친일논란이 일고 있는 김활란 전 이대 총장 기념사업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등 친일역사 청산에 모호한 태도를 취해왔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런 문제들도 모두 張총리서리에겐 부담이다.

정치권에선 "이러다간 최악의 경우 張총리서리의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러나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문제를 제기하는 한나라당에서도 인준 반대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목소리는 없다. 비판의 논평이나 성명도 상당히 절제되고 조심스러운 표현으로 이뤄져 있다. 호된 인사청문회를 치르기는 하겠지만 낙마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그러나 이런 전망은 더 이상의 악재가 터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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